“여성, 혼자 외출 마” 英경찰, 시위자 수갑 채워 ‘질질’…여론 부글

  • 뉴스1
  • 입력 2021년 3월 15일 10시 01분


지난 3일 실종 후 죽은 채 발견된 사라 에버라드(램버스 경찰 제공). © 뉴스1
지난 3일 실종 후 죽은 채 발견된 사라 에버라드(램버스 경찰 제공). © 뉴스1
영국 한 30대 여성이 지난 3일 밤 집으로 돌아가던 중 현직 경찰에게 납치·살해됐다. 분노한 영국 여성들이 그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런던 남부 클래펌에 모여 추모 집회를 연 가운데 경찰의 강경 진압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여성 인권운동가들을 비롯한 시민들은 13일(현지시간) 현직 경찰에 의해 납치·살해된 사라 에버라드(33)를 추모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항의하는 ‘거리 되찾기’ 추모 집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이 집회에서 경찰은 4명의 시위자를 공공질서 위반과 방역 규정 위반 등으로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시위자를 수갑에 채운 채 끌고 가는 영상이 퍼지며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인 에버라드는 지난 3일 오후 9시30분께 친구 집에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실종됐다. 이후 그는 자신의 집에서 약 50마일(약 80km) 떨어진 한 숲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현직 경찰인 웨인 쿠전스(48)를 에버라드 납치·살인 용의자로 체포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영국 전역은 분노로 휩싸였다. 특히 시민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현직 경찰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 경찰은 사건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까지 해 사태에 기름을 부었다.

경찰 측은 여성들에게 “혼자 외출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이어 여성이 밤늦게 거리를 걷는 것을 비판하는 등 책임을 여성에게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연이어 내놨다.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가 에버라드를 추모하고 경찰의 폭력에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경찰은 집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규제를 위반한다며 최고 1만파운드(약 1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수천 명의 시민들은 그가 마지막으로 목격됐던 영국 남부 클래펌 지역에 모여 집회를 강행했다. 이들은 헌화하고 촛불을 들며 “우리는 사라 에버라드를 기억한다”, “자매들의 연대는 절대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가 시작된 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경찰은 참여자들에게 해산을 촉구했고, 이들이 해산 명령을 거부하자 일부를 체포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다.

경찰이 시위자를 강압적으로 진압하자 곳곳에서 “부끄러운 줄 알아라”, “대체 누구를 보호하느냐”, “경찰 스스로를 체포하라” 등의 반발이 현장에서 터져나왔다. 경찰은 시위자들과 난투극을 벌였고, 체포를 감행하는 과정에서 여성들에 수갑을 채운 채 끌고 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지자 영국 누리꾼들은 물론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경찰의 진압이 ‘과잉 진압’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퍼지고 있다. 런던광역경찰(MPS)를 이끄는 크레시다 딕 경찰청장의 사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시디크 칸 런던 시장은 “이번 집회와 관련한 경찰의 행위에 대해 ‘완전히 독립적인’ 조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 역시 “정말 충격적인 장면”이라며 “이는 경찰이 시위를 진압하는 방법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자유민주당(의 에드 데이비 대표는 더 나아가 딕 청장에 공개서한을 쓰고 “경찰의 완전 비참한 전술적·도덕적 실패”라며 “런던 경찰은 자신의 리더십과 헌신, 그리고 런던에 거주하는 수백만 명의 여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에 대한 확신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길 바란다”고 질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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