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미국의 동북아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대중(對中) 견제 작업에 본격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국무부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의 곧 있을 한일 순방에서 양국 갈등을 중재함으로써 ‘한미일 삼각공조’를 되살리는 데 순방의 목적이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은 최근 대중국 견제에 목적을 둔 비공식 협의체인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띄우기에 나선 것을 계기로 이 협의체를 한국까지 포함한 ‘쿼드 플러스’로 확대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려는 분위기다.
◇“한일관계보다 중요한 건 없다”=14일(현지시간) 국무부는 대변인 명의로 낸 ‘깨지지 않는 미일동맹 재확인’이라는 자료에서 ‘미-일-한 협력 강화’라는 소제목을 따로 빼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미국과 동맹국 간 관계 및 동맹국 간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한일관계보다 더 중요한 관계는 없다”고 강조했다.
국무부는 이어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기후변화는 물론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광범위한 국제문제에 대해 3국 협력을 지속적으로 촉진하고 있다”며 또 3국의 강력한 관계는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 인도-태평양을 포함한 전 세계의 평화와 안보, 법치 증진 등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맹외교를 앞세운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국에서는 연일 ‘한미일 3자 협력’을 강조하는 언급이 이어져 왔다. 블링컨 장관은 1월에 진행한 한일 외교장관과의 개별 통화에서 한미일 3자 협력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이후 한미, 미일정상 간 통화에서도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에 대한 언급이 오갔다.
한일관계는 2018년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배상청구권을 한국 대법원이 인정한 판결 및 위안부 문제 등을 계기로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조치,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유예 등으로 이어지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에서는 한일관계 악화가 한미일 정책 공조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한일관계를 개선하려는 목적에는 중국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백악관은 이달 초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을 발표하면서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동맹주의를 미국의 가장 큰 전략적 자산으로 꼽고 중국,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로부터의 위협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적극적으로 한일관계 개선에 뛰어든 데에는 ‘일본의 입김’이 작용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일본은 한국에 비해 미국과 더욱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12일 쿼드 정상회의를 함께 열었을 뿐만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대면 정상회의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4월 초에 갖는다.
일본은 문 대통령이 올해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고 하자 “(한국 정부의) 구체적인 제안을 주시하겠다”(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고 한국에 당당히 ‘책임의 공’을 넘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쿼드 플러스’ 참여 요구할 듯=동맹결속 및 대중 견제의 연장선상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블링컨 장관 등의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에 쿼드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도 높게 관측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쿼드 정책을 수용해 추진 중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쿼드의 확장 및 강화를 목적으로 한국과 베트남, 뉴질랜드까지 3개국을 더한 쿼드 플러스를 구상했었다.
아울러 지난 12일 첫 쿼드 정상회의 이후 13일 워싱턴포스트(WP)에 실린 4개국 정상 공동 기고문에는 “쿼드는 공동의 비전을 진전시키고 평화와 번영을 보장하기 위해 헌신하는 유연한 파트너 그룹”이라며 “우리는 이러한 목표를 공유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고 강조하는 문장이 담겼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 당시 지지부진했던 한국과의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을 통상적 수준에서 빠르게 마무리 지은 것도 이런 국면에서 한국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외교의 주고받기 원칙에 따라 일정한 대가를 한국에 요구할 것이라는 뜻이다.
미중 사이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는 한국은 이로써 다소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될 전망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쿼드에 대해 “군사동맹이 아니다. 새로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아니다”라며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으려 하고 이 모임에 참여하는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려 했지만 사실상 국제사회에서 쿼드는 미국의 대중 견제기구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상태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오스틴 국방장관과 함께 16일부터 17일까지 방일하고 17일부터 18일까지는 한국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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