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성추행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 주지사의 거취를 놓고 백악관과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의 의견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지금까지 민주당 내에서 당장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정작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일단 신중한 견해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백악관에서 쿠오모 주지사의 거취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 조사가 진행 중이고 우리는 그게 어떤 결론이 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그동안 쿠오모 주지사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데 신중했던 백악관 내의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론 클라인 백악관 비서실장은 이날 저녁 방송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끝까지 가봐야 한다”는 뜻으로 나온 말이라고 부연했다. 클라인 실장은 “대통령의 발언은 절차라는 게 있다는 뜻”이라며 “지금 나오는 혐의들은 매우 심각한 혐의들이며 이는 수사를 통해 끝까지 가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오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ABC방송에 출연해 “쿠오모 주지사는 자신이 효과적으로 주지사로서 일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의 마음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지만 사퇴 요구까지 하지는 않았다. 펠로시 의장은 “이 여성들이 했던 얘기는 존중돼야 하고 이는 믿을 수 있고 심각한 혐의”라며 “그래서 나는 수사를 주장했던 것이고 나는 뉴욕주의 검찰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뉴욕을 덮쳤을 때 선제적 대처와 솔직한 화법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쿠오모 주지사는 최근 7명의 여성이 그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검찰 수사의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에는 그의 혐의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자 같은 당인 민주당의 연방·주의회 의원들도 그의 사임을 촉구하는 등 사건의 파장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앞서 그의 즉각적인 사퇴를 주장했던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도 방송에 나와 “쿠오모 주지사는 많은 뉴요커들의 신뢰를 잃었다. 뉴욕주를 위해 그는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쿠오모 주지사의 최측근으로 주내 백신 공급을 총괄하는 래리 슈워츠가 최근 여러 카운티 당국자에게 전화를 걸어 쿠오모 주지사에 대한 충성심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슈워츠의 기분을 맞춰주지 못할 경우 각 카운티가 백신 공급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백신 공급을 무기 삼아 정치적 위기에 처한 쿠오모 주지사를 도우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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