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줘” 공개 청혼했다가…퇴학당한 파키스탄 커플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3월 15일 23시 30분


라호르 대학 캠퍼스에서 공개 프러포즈했다가 퇴학 처분을 받은 커플. 트위터 갈무리
라호르 대학 캠퍼스에서 공개 프러포즈했다가 퇴학 처분을 받은 커플. 트위터 갈무리
파키스탄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공개적으로 청혼한 여학생이 남학생과 동반 퇴학을 당해 공분을 사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인디아 투데이에 따르면 지난 11일 파키스탄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라호르 대학 캠퍼스에서 공개 프러포즈 이벤트가 진행됐다.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은 여학생이 결혼해달라며 꽃다발을 건네자 남학생은 꽃을 받아들고 여성을 껴안았다. 구경꾼들은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환호했다.

문제는 이들의 영상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지면서부터 시작됐다. 라호르대는 두 학생에게 규정 위반을 이유로 특별징계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그러자 학교 측은 성명을 통해 “대학의 가치와 캠퍼스 행동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두 학생에게 퇴학 처분을 내렸다”고 밝히며 이들의 캠퍼스 출입도 금지했다.

라호르 대학이 공개 프러포즈한 커플에게 내린 퇴학 통보. 트위터 갈무리
라호르 대학이 공개 프러포즈한 커플에게 내린 퇴학 통보. 트위터 갈무리


하지만 커플은 사과를 거부했다. 남자친구에게 공개 청혼한 하디카 자바이드는 “우리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고 이에 대해 미안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그의 약혼자 셰리야르 아흐메드도 “우리가 대학에서 공개적으로 프러포즈한 것이 무슨 잘못인지 설명해 줄 사람이 있나”라고 반문하면서 이전에도 캠퍼스 내에서 공개 고백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파키스탄에서는 부부라도 남녀가 공공장소에서 애정 표현하는 것은 문화적·종교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일부 대학은 여학생들이 청바지·탱크톱을 입거나 화장하는 것을 금하고 있으며 학생 간 이성 교제를 제한하는 곳도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의 딸 박타와르 부토 자르다리는 “라호르 대학의 행동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전 크리켓 선수 와심 아크람의 아내 샤니에라 아크람도 “대학이 규칙을 적용할 수는 있지만 그들의 사랑까지 쫓아낼 수는 없다”며 커플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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