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센터로 쓰이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피츠필드의 버크셔 커뮤니티 칼리지 체육관. 검은색 모자에 노란색 재킷을 입은 남성이 벽 앞의 간의 의자에 앉더니 악기 케이스에서 첼로를 꺼냈다. 이어 실내에 울려 퍼지는 바흐의 첼로 선율. 이곳에 두 번째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러 온 중국계 첼로 거장 요요마(66)였다.
장내에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등 익숙한 음악이 흐르자 주위가 조용해졌다. 약 15분의 연주가 끝나자 요요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슴에 손을 얹고 인사를 했다. 사람들은 박수로 환호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세계적 거장의 연주를 직접 듣는 호사를 누린 이들은 백신 접종을 마치고 15분 간 이상 증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의자에 앉아 대기하던 사람들이었다.
현장 책임자 겸 간호사 레슬리 드래거 씨는 워싱턴포스트(WP)에 “약간의 음악만 들렸는데도 건물 전체가 평화롭게 된 것이 참 신기했다”며 “대화하고 움직이는 사람들, 많은 자원봉사자들, 이 모두가 그저 조용해진 채 음악을 들었다”고 말했다.
요요마가 맞은 백신은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앤테크가 공동 개발한 제품이다. 그에게 두 번의 백신을 모두 놔준 간호사 힐러리 바샤라 씨 역시 첫 백신을 접종했을 때부터 요요마가 다른 사람들과 달라보였다고 했다. 바샤라 씨는 “대부분이 긴장하지만 그의 얼굴에선 따뜻한 기운이 나오는 것 같았고 마스크 속에서도 미소를 짓고 있는 듯 보였다”며 “요요마가 내게 ‘여기 있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요요마는 두 번째 백신을 접종받은 뒤 자신에게 “연주를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고 이는 백신 접종 센터의 즉석 콘서트로 이어졌다. 바샤라 씨는 “연주는 모든 이를 하나로 만들었다. 큰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요요마는 이날로부터 정확히 1년 전인 2020년 3월 13일에도 트위터에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유명 교향곡 ‘신세계로부터’ 2악장을 연주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의 시기에 자신에게 위안을 주는 음악을 공유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 대유행 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유명 공연장들은 일제히 문을 닫았고 유명 예술가와 산업 전반 또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에 “요요마의 연주가 팬데믹으로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위로를 전했다”는 호평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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