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학생들에게 검은 머리와 흰색 속옷을 강요하거나 이성 교제를 금지하는 등의 교칙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고 14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NHK방송에 따르면 일본 나가사키 지역 238개 공립학교 중 60%에 달하는 곳이 학생들에게 흰색 속옷을 요구한다. 후쿠오카에 있는 학교 69곳 중 57곳은 속옷 색깔을 규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학교는 체육수업 때 속옷 색깔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리 색깔은 검은색이어야 하며 염색이나 파마는 금지돼 있는 곳도 많다. 도쿄도 고등학교의 거의 절반은 생머리나 검은 머리가 아닐 경우 선천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지참하고 다녀야 한다. 이성 교제도 금지 조항이다.
오사카의 공립 고등학교에 다니던 여학생이 학교 두발 지도에 소송을 내면서 이러한 교칙들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태어날 때부터 갈색 머리인 학생은 2학기까지 거의 나흘에 한 번꼴로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지시를 거부한 여학생은 ‘머리가 충분히 까맣지 않다’는 이유로 수업이나 수학여행에 참여할 수 없었고 학생이 계속 학교에 나가지 않자 퇴학시켰다. 부모가 학교와 협상을 시도했지만 학교는 완강했다.
이에 학생은 ‘학생 지도를 명분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며 학교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학생 측 대리인인 하야시 요시유키 변호사는 “이제 21살이 된 의뢰인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거울을 보거나 머리카락을 보면 과호흡이 올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오사카 법원은 이 학생에게 학교는 약 33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머리를 염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하는 것은 과한 처사로 학생이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법원은 학교는 그런 교칙을 정할 법적 권리가 있다고도 판단했다. 학교는 판결 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더 관심을 쏟을 것이지만 두발 지도 규정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WP는 “일본의 일선 학교에서 무의미하고 잔혹하며 분열을 조장하는 교칙을 시행한다는 지적이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런 규정들은 이민자나 혼혈아동의 정체성이나 소속감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며 “모든 일본인이 검은 머리카락을 가질 순 없다”고 지적했다.
도시샤 법대 오시마 카요코 교수는 “(교칙들로 인해) 일부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상처받거나 자존감을 잃으면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누군가 눈에 띄면 표적이 되거나 괴롭힘을 당할 것이라는 인상을 받고, 이 과정에서 젊은이들의 독창성은 무너져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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