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조혼’ 강요받는 소녀들…“코로나로 잃어버린 세대 없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6일 16시 06분


학교에서 조혼 반대 캠페인 벌이는 아이들
학교에서 조혼 반대 캠페인 벌이는 아이들
동남아와 태평양 연안지역의 여자아이들 수천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면서 강제로 일찍 결혼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동남아와 태평양 연안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던 소녀들 수천 명이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를 가지 못하면서 조혼 및 강제 결혼을 하게 될 위험이 높아졌다고 국제성평등단체 ‘플랜 인터네셔널’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가구 소득이 적어지면서 아동 결혼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에서는 가계 소득 감소와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규모가 작고 저렴한 결혼식이 가능해지며 아동 결혼이 더 늘어나고 있다. 작년 6~7월 인도에서는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조혼에 대해 SOS를 청하는 전화가 17% 증가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도 약 3만3000명의 소녀가 결혼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상반기 미성년 여성의 혼인신고 건수가 2012년 한 해 전체의 2/3이 넘는다. 세이브더칠드런 역시 앞으로 4년 동안 이 지역에서 25만 명의 여자 청소년들이 이른 강제 결혼, 이른 출산 등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난해 지적한 바 있다.

플랜 인터내셔널 대표 수잔 레지나는 “조혼의 핵심은 여자아이가 경제적 부담이라는 생각”이라며 “여자들이 결혼하면 그들은 성인으로 여겨지고 교육은 일반적으로 중단된다. 학교를 가지 않는 여자아이들은 집에서 부담으로 여겨지고 조혼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고서에 응답한 소녀들은 학교의 가치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거의 절반은 학교로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며 “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잃어버린 세대가 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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