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과 혈전(피가 응고된 덩어리) 발생 사이엔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유럽의약품청(EMA)의 발표가 나왔다. 이에 따라 접종 후 혈전 생성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이 백신의 사용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국가들이 접종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은 앞서 “EMA 평가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MA는 18일(현지 시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혈전 생성의 고위험성과 연관이 없다”며 “이 백신은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백신의 효과가 병원 입원이나 사망의 위험성보다 훨씬 크다”고 밝혔다. 다만 EMA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희귀한 혈전 생성 사이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모든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추적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했다.
그동안에도 EMA는 이 백신과 혈전 생성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각국의 우려로 산하 약물안전성관리위원회(PRAC)가 정밀 조사를 진행해왔다. 이날 EMA 발표에 앞서 PRAC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고 이를 EMA에 보고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본사가 있는 영국의 의약품규제청(MHRA)도 이날 EMA보다 앞서 “백신이 혈전 생성을 일으킨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EMA “아스트라, 맞아도 된다”… 한숨돌린 당국 “계획대로 접종”
국내 접종 20대男서도 혈전 발견… 당국, 백신과 관계없을 것으로 추정 정은경 “혈전, 굉장히 일상적 현상”… 1247명 접종 동의했다가 철회 “정부 인사 먼저 맞아 불신 씻어야”… 백신 휴가 유급 여부 등 19일 논의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혈전(피가 응고된 덩어리) 발생 사이에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다는 유럽의약품청(EMA)의 발표가 나왔다. 상반기 접종 백신의 대부분을 아스트라제네카에 의존하는 한국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방역당국은 당초 계획대로 접종을 진행할 방침이다. 예정대로면 4월 첫째 주부터 특수교사와 보건교사 등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는다.
EMA의 긍정적 발표 내용에도 불구하고 백신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EMA가 백신과 혈전의 연관성을 확실히 배제할 순 없다며 추가 조사 여지를 남긴 탓이다. 국내에서 두 번째 혈전 발생 사례가 보고된 것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민의 불안감을 덜 수 있게 주요 인사들의 공개 접종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백신 접종 후 뇌에서 혈전 발견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8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20대 남성이 이상 반응을 보여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결과 혈전증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으로 10일 백신을 맞았다. 접종 당일부터 두통과 오한 증상이 나왔으며, 14일부터는 구토 증상도 생겼다. 15일까지 증상이 계속되자 그는 의료기관을 찾아 혈액검사와 영상의학검사를 통해 혈전증 진단을 받았다. 질병관리청은 관할 보건소를 통해 17일 이런 내용을 파악했다. 해당 남성은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방역당국은 기저질환이 있었는지, 백신 접종과 연관성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방대본은 이번 사례도 백신 접종과 관련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첫 번째 혈전 발생 사례인 60대 여성 사망자 역시 백신 접종과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박영준 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해당 남성과) 동일 기관에서 동일한 백신을 접종한 사람 가운데 유사한 이상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18일 국회에서 “혈전은 굉장히 일상적으로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뿐만 아니라 화이자에서도 똑같은 혈전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며 계획대로 접종할 방침을 밝혔다.
○ 백신 불안감 낮출 선제적 대책 필요
EMA 발표와 방역당국의 안전성 강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감을 나타내는 국민이 많다. 백신 접종에 동의했다가 나중에 철회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질병관리청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접종 시작 후 17일까지 접종에 동의했다가 취소한 사람은 1247명이다. 강원 등 5개 시도의 통계다. 이들 시도의 1분기(1∼3월) 접종 대상자 대비 평균 3% 수준이다. 전국 17개 시도를 모두 취합하면 접종 동의 철회 사례는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백신 불안감을 완전히 잠재우지 못하면 당장 2분기(4∼6월) 접종 계획부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2분기 접종자 약 1150만 명 중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는 건 약 770만 명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주요 인사의 우선 접종이 필요한 시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만약 정은경 청장이 나서서 맞으면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 청장이 직접 ‘맞아도 괜찮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백신 신뢰는 한 번 떨어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더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사회지도층이 나서서 맞는 등 적극적인 비언어적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감한 ‘접종 인센티브’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표적인 것이 백신 휴가다. 정부는 19일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인사혁신처 등이 참여하는 백신 휴가 실무회의를 연다. 이 회의에서는 백신 휴가를 유급 휴가로 할지, 휴가 기간을 얼마로 잡을지 등을 논의한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 세종=김성규 / 이은택·김소영·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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