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민권운동가 “아시안과 연대할 것” 애틀랜타 총격 사건 애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9일 03시 18분


애틀랜타 총격 규탄 기자회견
애틀랜타 총격 규탄 기자회견
“우리 흑인 공동체도 이에 동참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도 증오가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미국 흑인 민권운동의 대부인 알 샤프턴 목사가 16일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인 등 아시아계 미국인이 대거 희생된 것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그는 미국 내 흑인 사회도 아시안과 연대해 혐오 범죄를 규탄하는데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모인 뉴욕시장 후보들
기자회견에 모인 뉴욕시장 후보들
샤프턴 목사는 이날 뉴욕 할렘의 ‘정의의 집’(House of Justice)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얼마 전 애틀랜타에서 일어난 잔인한 살인은 우리가 아시안 대상 증오 범죄에 대항해 단합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줬다”며 “경찰은 아직 이 사건을 혐오 범죄로 규정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에겐 그게 너무나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샤프턴 목사를 비롯해 민주당 전 대선 경선 후보였던 앤드루 양, 스콧 스트링거 뉴욕시 감사원장 등 뉴욕시장 후보군들도 대거 참석했다.

발언하는 알 샤프턴 목사
발언하는 알 샤프턴 목사
샤프턴 목사는 “아시안 커뮤니티는 혼자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분명하고 강하게 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행사에 참가한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은 기자와 만나 “한인 사회가 흑인 커뮤니티와 교류가 꾸준히 있었던 와중에 이런 사건이 터지자 샤프턴 목사가 먼저 관심을 보여서 오늘의 회견이 이뤄졌다”며 “이것이 우리에게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차기 유력한 뉴욕시장 후보인 앤드루 양은 연단에 올라 “나도 평생을 아시안으로 살았다. 자라면서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로서 조롱과 업신여김을 계속 당했다”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 했다. 그는 “중국인 식당에서 종업원을 때린 사람, 아시안 중년 여성을 길바닥에서 밀친 사람, 아시안 여성의 얼굴에 염산을 부은 사람, 이들은 피해자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아시안들도 사람이고 다른 사람들처럼 미국인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콧 스트링거 뉴욕시 감사원장
스콧 스트링거 뉴욕시 감사원장
스콧 스트링거 감사원장은 ‘최근 아시안에 대한 공격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말 수치스로운 일”이라며 “지금은 모든 정치인과 시장 후보들이 나서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연대 의식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계 미국인들이 모인 단체인 중국계미국인기획위원회(CPC) 웨인 호 대표도 “중국계들은 공포를 느끼고 있고 외출하는 것을 무서워하는 노인들이 많다”며 “지금은 한국과 중국, 흑인 등 모든 인종의 커뮤니티가 증오 범죄를 비난하기 위해 다 나서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찰스윤 뉴욕한인회장과 앤드루 양 후보
찰스윤 뉴욕한인회장과 앤드루 양 후보
조앤 유 아시안아메리칸연맹(AAF) 사무총장은 “나와, 나의 어머니와, 나의 자매들과 비슷하게 생긴 여성들이 희생됐다”며 “그들은 아시안에 대한 끊임없는 공격이 있는 와중에 팬데믹 속에서도 일을 해야만 했다. 우리는 화가 나고 좌절하고 상심에 잠겼다”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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