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 모두발언이 30분으로…美中 첫 만남부터 ‘격렬 비방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9일 17시 19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양국 외교사령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楊潔)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2분으로 예정된 모두(冒頭)발언을 예상보다 훨씬 길게 했을 뿐 아니라 퇴장하려던 취재진을 다시 불러세워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18일(현지 시간)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캡틴 쿡 호텔에서 열린 회담에서 블링컨 장관은 양제 정치국원이 약 30분의 모두발언에서 미국을 거세게 비판하자 퇴장하려던 취재진을 다시 불러세웠다. 그는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며 중국 측이 발언을 길게 했으니 자신 또한 조금 더 덧붙이겠다고 외쳤다.

블링컨 장관은 “취임 후 약 100개국과 통화를 했으며 미국이 돌아온 것에 대한 깊은 만족을 들었다. 중국이 취하고 있는 행동에 대한 깊은 우려 또한 들었다”고 중국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실수를 하고 퇴보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은 역사 속에서 내내 그런 도전이 없는 것처럼 무시하려 하지 않고 개방적이고 공개적이며 투명하게 문제를 다뤄왔다”며 “때로 고통스럽고 추하지만 언제나 미국은 국가로서 더 강하고 좋게 통합됐다”며 미국의 개방성과 포용성을 자랑했다.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2020.8.21/뉴스1 © News1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2020.8.21/뉴스1 © News1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취재진이 다시 회견장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이번에는 양 위원이 ‘잠시만(Wait)’이라며 다시 끼어들었다. 그는 미국 측을 향해 손가락을 올리며 블링컨 장관이 거들먹거리는 톤으로 이야기했다고 비난했다. 중국 대표단은 자국 취재진에게 미국이 모두발언 시간을 초과해 중국의 대내외정책을 공격하고 분쟁을 일으켰다. 손님을 대하는 도리가 아니고 외교 의례에 맞지 않아 엄중히 응대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김예윤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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