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흑인 인권운동 대부 샤프턴 목사… “인종혐오 범죄 규탄 힘 모을것” 회견
애틀랜타 총격사건 아시아계 위로… 뉴욕한인회장 “흑인사회 지원 큰힘”
바이든, 조기 게양 지시… 애틀랜타 총격 희생자 추모 1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이 조지아주 애틀랜타
연쇄총격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조기를 게양했다(왼쪽 사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피해자를 추모하며 연방정부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이에 이날부터 22일 일몰 때까지 미 전역 관공서는 물론이고 해외 대사관과 군 기지에도 조기가 걸린다. 19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에도 조기가 걸려 있다. 워싱턴=AP 뉴시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미국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 앨 샤프턴 목사(67·사진)가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인 등 아시아계 미국인이 대거 희생된 것을 우려하며 “흑인 공동체도 아시아계와 연대해 증오 범죄를 규탄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 우리도 증오가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인권단체 ‘내셔널액션네트워크’를 이끄는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도 가깝고 미 사회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샤프턴 목사는 18일(현지 시간) 뉴욕 할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애틀랜타의 잔인한 살인은 우리가 아시안 대상 증오 범죄에 대항해 단합해야 할 필요를 일깨워줬다. 경찰은 아직 이 사건을 증오 범죄로 규정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에겐 명백하다”며 “아시안 커뮤니티는 혼자여서는 안 된다”며 흑인 사회가 연대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회견에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으며 11월 뉴욕시장 선거에 도전하는 대만계 기업가 앤드루 양, 스콧 스트링어 뉴욕시 감사원장 등 차기 뉴욕시장 후보군 8명이 참석해 미 정치권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회견장에서 만난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은 “샤프턴 목사가 먼저 관심을 보여 이날 회견이 이뤄졌다. 흑인 사회의 지원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양은 “나 역시 자라면서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로서 온갖 조롱과 업신여김을 계속 당했다”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중국인 식당에서 종업원을 때린 사람, 아시안 중년 여성을 길바닥에서 밀친 사람, 아시안 여성의 얼굴에 염산을 부은 사람들은 피해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며 아시안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미국인임을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스트링어 감사원장 역시 “모든 정치인과 시장 후보가 나서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연대 의식을 보여줘야 한다”고 가세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 역시 이날 뉴욕한인회가 퀸스 플러싱에서 주최한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해 피해자들이 겪은 것은 “테러리즘”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계 유명 인사의 인종차별 경험담도 쏟아졌다. CNN의 한국계 미국인 기자 아마라 손 워커(40)는 17일 방송에서 “애틀랜타 거리에서 생방송을 준비하던 중 자동차로 지나가던 누군가가 나에게 ‘바이러스’라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인기 드라마 ‘로스트’ 등에 출연한 한국계 배우 대니얼 대 김(53) 역시 CNN에 출연해 “여동생이 2015년 증오 범죄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한인회는 19일 한인타운 일대에서 증오 범죄 근절을 요구하는 차량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이번 사건의 사망자 현정 그랜트 씨의 아들 랜디 박 씨(23)는 18일 미 온라인 매체 데일리비스트 인터뷰에서 로버트 에런 롱의 범행 동기가 성 중독이라는 전날 경찰의 발표에 대해 ‘헛소리(bullshit)’라고 분노를 표했다. 그는 “어머니는 자신의 삶을 헌신한 싱글맘이었다. 정말 슬프지만 돌봐야 할 남동생이 있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