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적 싱글맘, 열성적 봉사자, 한국 음식을 자주 해주던 이웃….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연쇄 총격으로 숨진 한국계 여성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20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알려져 비통함을 더했다.
홀로 두 아들을 키운 현정 그랜트 씨(51)의 장남 랜디 박 씨(23)는 온라인 모금사이트 ‘고펀드미’에 올린 글을 통해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러야 하지만 법적 문제로 시신조차 인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그는 어머니와의 혈연관계를 법적으로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집주인으로부터 이달 말까지 집을 비워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박 씨는 장례식 비용 및 집세를 마련하기 위해 18일부터 ‘고펀드미’에서 온라인 모금을 진행했다. 20일 현재 6만8000여 명이 참여해 목표치 2만 달러의 100배가 넘는 264만 달러(약 30억 원)가 모였다. 차남 에릭 씨(20) 역시 어머니가 해준 김치찌개가 그립다고 회고했다.
그랜트 씨의 동료인 김순자 씨(69)는 1980년대 남편 및 두 자녀와 미국으로 이주했다. 영어를 거의 할 줄 몰랐던 그는 접시닦이, 편의점 직원, 야간청소부 등 고된 육체노동을 거듭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가톨릭인 김 씨는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자원봉사에 열심이었다. 특히 1998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을 당시 한국 결식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계아동재단’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수도 워싱턴의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한 공로로 대통령봉사상을 탔다. 김 씨의 손녀는 할머니를 ‘투사(fighter)’라고 묘사했다.
1980년대 미군 남편을 만나 조지아주로 건너온 유영애 씨(63)는 두 아들의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을 자주 해주고 드라마 시청을 좋아하던 평범한 이웃이었다. 사망자 8명 중 최고령인 박순정 씨(74)는 스파를 운영하는 친구를 돕다 참변을 당했다. 사위 스콧 리 씨는 “장모님은 매우 건강해 누구나 100살까지 살 것으로 여겼다”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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