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대중(對中)관계에 있어 서로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은 중국을 상대로 강하게 날을 세우는 반면 북한과의 관계 진전에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좀 더 조심스럽게 설정하고 있다는 풀이다.
2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외교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과 한국의 외교·국방장관이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각각 만난 뒤 내놓은 공동성명 등을 통해 이 같이 분석했다.
일본과 미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의 해경법(중국 해경의 무기 사용 인정)에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양국 방위 동맹이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동중국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포함한다고 확인했고 중국의 남중국해 해상 영유권 주장에 대해 반대했다.
또 중국 정부가 레드라인(red line)이라고 밝힌 대만해협에 대해서도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신장, 홍콩 문제 등 중국이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했던 사안들도 논의했다.
반면 한국과 미국의 공동성명은 규칙에 근거한 국제질서를 훼손하는 활동에 반대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개방을 요구하는 정도로 신중하게 이뤄졌다. 중국이라는 이름을 명확히 밝히거나 중국의 레드라인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한미 간 논의는 주한미군이 한반도 안정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며 북핵과 탄도미사일 문제가 한미동맹의 우선 과제라고 명시함으로써 북한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을 향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도록 더 많은 압력을 가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프레데릭 클림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의 국제문제연구소(RSIS) 초빙 교수는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일본과 한국에서 다른 우선순위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서태평양, 특히 동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주장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그것은 미국 없이는 중국의 위협과 균형을 잡으려는 욕망도 수단도 없는 일본에 실질적인 위협을 나타낸다”며 “미국이 이러한 인식을 공유해주는 것이 일본에 편리하고 이에 일본이 중국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평가에 동참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후베이성의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차하르연구소의 리자청 연구원은 한국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빚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함께 중국에 대응하는 데 더 신중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또 일본과 호주, 인도가 미국과 함께 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에 속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은 중국이 북핵문제에 도움을 주길 바라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 연구원은 “미일 공동성명은 분명히 중일관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며 “그 관계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관계는 안보, 경제, 인권 전선에서 악화되고 있으며 동중국해에서의 대립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라 테오 RSIS 연구원은 “한국의 중국에 대한 접근은 상당 부분 대북정책에 있어 중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형성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한국은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중국이 분노해 경제적 타격을 감수해야 했고 이는 한국이 대중정책에 있어 미국에 대한 전면 동참을 꺼린 이유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송루정 푸단대학교 국제관계학 연구원은 중국이 주로 경제적 수단을 통해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커졌으며 “적어도 현재로서는 미국의 요인과 영토 분쟁 때문에 중국과 일본 사이 더 많은 대립이 예상된다. 일본 역시 중국이 너무 많은 진전을 이루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궈하이 남중국공대 부연구위원은 “미일 안보동맹이 강화될 것이며 중국에 대한 일본의 인식을 바꿀 방법이 없다”며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중국이 얼마나 많은 정책 수단을 갖고 있느냐에 달려있고 현재 중국은 경제와 무역 외 한국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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