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날’ 발언 美경찰 해임하라” 온라인 청원 잇따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2일 17시 05분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 다음 날 “그에게는 정말 나쁜 날(a really bad day)이었다”며 총격범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미국 경찰을 해임하라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서는 조지아주 체로키카운티 보안관실에 근무하는 제이 베이커 대변인(사진)의 해임을 요구하는 청원에 22일 현재 8만3000명 넘게 서명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이 청원은 연쇄 총격 사건 발생 이틀 뒤인 18일 처음 올라왔다. 서명 목표 인원은 15만 명이다. 청원을 올린 테이트 리 씨는 “베이커는 주민을 보호하겠다고 맹세했지만 그의 인종차별적 편견 때문에 아시아계 구성원들이 위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또 베이커가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을 담은 콘텐츠를 온라인에 올렸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고도 비판했다.

베이커와 이름이 같은 페이스북 계정에는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국에서 수입한 바이러스(imported virus from CHY-NA)’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 사진이 올라왔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뒤 계정은 돌연 삭제됐지만 베이커 대변인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의혹이 일었다.

청원인은 베이커에게 베트남계 입양 형제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그(베이커의 아시아계 형)는 과연 이 사건을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물었다. 체로키매거진에 따르면 베이커의 입양 형제인 토니 베이커는 조지아주의 판사다.

앞서 베이커 대변인은 17일 연쇄 총격 사건 브리핑 당시 총격범 로버트 에런 롱에 대해 “그는 완전히 지쳤고 막다른 지경에 있다”고 말하며 ‘나쁜 날’ 발언을 했다. 아시아계 여성 6명 등 모두 8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를 두고 총격범에게는 나쁜 날이었다는 식으로 치부하는 듯한 영상이 퍼지자 경찰에 대한 공분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에리카 넬드너 체로키카운티 공보국장은 18일부터 베이커를 언론 브리핑 업무에서 배제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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