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 중앙은행 총재 해임 여파로 15%가량 폭락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2일 17시 04분


22일 터키 리라화 가치가 15%가량 폭락하며 사상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넉 달만에 자국 중앙은행 총재를 해임한 여파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나지 아그발 터키 중앙은행 총재가 갑작스레 해임된 지 하루 만에 터키 리라화 가치는 15% 급락했다. 이날 금융시장에서 리라화 환율은 한때 1달러 당 7.21리라에서 8.48 리라까지 폭등했다. 그만큼 리라화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아그발 총재는 지난해 11월 임명된 후 터키 인플레이션 통제와 리라화 가치 방어를 위해 취임 직후 10.25%이던 금리를 19%까지 인상했다. 앞서 18일에는 금리를 2%포인트나 인상한 바 있다. 이러한 조치들로 달러당 8.5리라던 리라화는 7.2리라까지 회복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동안 물가 통제보다 경기 부양을 강조하며 “고금리가 물가 상승의 원인”이라며 중앙은행에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다. 아그발 총재가 이를 따르지 않자 임명 넉 달만에 중앙은행장을 교체한 것이다. 최근 2년 동안 무려 세 번째 중앙은행장 경질이다. 후임으로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같이 고금리에 부정적인 정의개발당(AKP)의 샤합 카브즈오을루 전 의원이 임명됐다.

이번 해임 여파로 아그발 총재가 넉 달 동안 끌어올린 리라화 가치 상승분은 그대로 반납하게 됐다. 터키의 최근 통화정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던 국내외 투자자들의 충격과 부정 평가가 리라화 급락으로 이어졌다. 로이터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과 같은 의견을 가진 인물로 중앙은행 총재를 전격 교체하자 시장이 충격받았다”고 진단했다. 지아드 다오드 블룸버그통신 수석 경제학자는 “중앙은행의 신뢰도와 독립성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고 평가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