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네덜란드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영국으로 수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BBC 등에 따르면 EU는 네덜란드 남부 도시 레이던의 공장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수출하라는 영국 정부의 요구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해당 공장은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EU, 영국 양측 모두와 백신 공급계약을 한 곳이다. 하지만 EU 관계자는 “(이 공장의) 백신은 EU에만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에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2곳, 벨기에, 네덜란드 등 EU 2곳 등 총 4곳에서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영국 공장에서 생산된 백신이 계약에 따라 EU로 공급돼야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EU의 불만이 커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영국 정부가 자국 내 우선 공급을 위해 EU로 보낼 물량을 조율하고 있다는 게 EU의 지적이다. EU 27개국 정상들은 25, 26일 열리는 화상 정상회의에서 역외 수출규제 금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영국은 “백신 수출을 막은 적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BBC 인터뷰에서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법치와 약속을 중시한 EU의 평판이 훼손될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불똥은 또 다른 백신 제조사인 화이자에게도 튀었다. 화이자가 최근 EU에게 “영국 수출을 차단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유럽 공장들에서 생산되는 화이자 백신 속 핵심 지방성분이 영국에서 수입되기 때문이다. EU가 백신 수출을 막으면 영국이 보복 차원에서 해당 성분을 수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화이자의 우려다.
양측 간 갈등에는 EU를 탈퇴하는 브렉시트 협상과정에서 생긴 악감정, 각국 내 비판여론이 종합된 결과라고 르몽드는 전했다. 영국도 난처한 입장이다. EU가 수출금지로 최종결정할 경우 ‘가을 내 전 국민 접종’이란 백신 계획이 수개월 지연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올 여름 경제 정상화에 나선다는 영국 정부의 계획이 무산될 수 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우려가 커지자 보리스 존슨 총리가 직접 이번 주 내 독일 안젤라 메르켈 총리, 프랑스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등 EU 정상들에게 접촉해 ‘백신 수출 역외 금지’가 이뤄지지 않게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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