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서구 주요국이 22일 중국의 신장위구르 탄압을 이유로 중국 고위 관리를 제재했다. EU가 중국의 인권 침해를 제재한 것은 1989년 텐안먼 민주화시위 유혈진압에 따른 무기금수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 중국에 대한 서방이 구체적으로 동시다발적 조치를 취한 것이 처음인데다 중국 또한 EU 주요 인사에 대한 맞불 제재에 나서는 등 인권을 둘러싼 서방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EU 이사회는 왕쥔정(王君正) 신장생산건설병단 당위원회 서기, 천밍궈(陳明國) 신장공안국장, 주하이룬(朱海侖) 전 신장당위원회 부서기, 왕밍산(王明山) 신장정치법률위원회 서기 등 4명과 신장 구치소를 담당하는 신장생산건설병단 공안국을 제재했다. 이들은 EU 27개 회원국에 입국할 수 없고 EU 내 자산 또한 동결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또한 왕쥔정과 천밍궈를 제재한다고 밝혔다. 주하이룬과 왕민산은 이미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었다. 영국과 캐나다 역시 제재에 동참했다. 각국은 개별적으로 제재를 발표했지만 사전 조율을 거쳐 중국 견제에 나섰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중국을 개별적으로 공략하는 것보다 서방이 공동 대응하는 것이 낫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22일 트위터에서 루사예(盧沙野) 주프랑스 중국대사를 초치하겠다고 밝혔다. 파리주재 중국대사관은 21일 소셜미디어와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여름 대만을 방문하기로 한 정치권 인사들을 향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했다’고 경고했다. 이와 별도로 반중 인사 앙투앙 봉다즈 박사를 두고 ‘삼류 불량배’ ‘미친 하이에나’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EU와 중국은 지난해 12월 투자협정을 체결하며 경제 협력을 강화할 뜻을 보였다. 지난해 EU와 중국의 교역 규모 또한 5860억 유로(약 780조 원)를 기록해 미국(5550억 유로)을 제쳤다. 하지만 인권과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후 서방이 중국을 공동 견제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이번 제재로 EU와 중국의 투자협정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EU가 ‘돈’보다 ‘인권’을 중시하며 미국 편을 들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도 즉각 맞불 제재에 나섰다. 중국은 22일 소수민족 탄압을 비판해온 독일 인류학자 아드리안 젠츠(47), 라인하르트 뷔티코퍼 EU의회 의원(68) 등을 비롯해 유럽 내 반중 인사 및 정치인을 제재했다. 이들은 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 등에 입국할 수 없고 이들과 관련이 있는 기업 및 조직 또한 중국과의 교류에 제한을 받는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니콜라 샤퓌 중국 주재 EU 대사를 초치한 후 “인권 가정교사 노릇을 그만두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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