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콜로라도서 또 총기난사 10명 사망… ‘애틀랜타 총격’ 6일 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4일 03시 00분


용의자, 슈퍼서 소총 수십 발 발사
손님 등 9명-출동한 경관 1명 숨져
CNN “6일동안 美서 총기난사 7건”
1999년 13명 사망 콜럼바인 사건 등 덴버 일대서 끔찍한 희생 잇달아

놀란 시민들 긴급 대피… 용의자 검거 22일 미국 서부 콜로라도주 소도시 볼더 주택가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한 괴한이 
손님과 직원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경찰 1명을 포함해 10명이 숨졌다. 슈퍼마켓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대피하고 있다(위쪽 
사진). 수갑을 찬 채 팔다리에 피를 흘리는 백인 남성을 경찰이 구급차에 태우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 남성이 범인인지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경찰은 용의자가 총을 쏘다가 다쳤다고 밝혔다. 볼더=AP 뉴시스·사진 출처 News.com.au
놀란 시민들 긴급 대피… 용의자 검거 22일 미국 서부 콜로라도주 소도시 볼더 주택가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한 괴한이 손님과 직원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경찰 1명을 포함해 10명이 숨졌다. 슈퍼마켓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대피하고 있다(위쪽 사진). 수갑을 찬 채 팔다리에 피를 흘리는 백인 남성을 경찰이 구급차에 태우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 남성이 범인인지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경찰은 용의자가 총을 쏘다가 다쳤다고 밝혔다. 볼더=AP 뉴시스·사진 출처 News.com.au
미국 서부 콜로라도주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서 22일(현지 시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경찰 1명을 포함해 10명이 숨지는 참극이 벌어졌다. 16일 남동부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에서 연쇄 총격으로 한국계 4명을 포함해 8명이 사망한 지 엿새 만이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반경 콜로라도주 최대 도시 덴버에서 북서쪽으로 40여 km 떨어진 소도시 볼더에 있는 ‘킹 수퍼스’ 슈퍼마켓에서 한 괴한이 손님과 직원들을 향해 반자동 소총을 수십 발 발사했다. 이 총격으로 손님 등 9명과 경찰관 에릭 탈리 씨(51)가 숨졌다. 나머지 사망자와 용의자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현지 경찰은 특수기동대(SWAT)와 헬기를 투입해 슈퍼마켓을 포위하고 대치한 끝에 유력 용의자 1명을 체포하고 범행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수갑을 찬 채 팔과 다리에 피를 흘리는 한 백인 남성을 경찰관이 구급차에 태우는 현장 영상이 방송을 통해 공개됐지만 이 남성이 범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참극은 아무런 경고도 없이 시작됐다. 이 슈퍼마켓은 주택가에 있어 인근 주민들과 콜로라도대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었다. 현지 매체 덴버 포스트는 “범인이 가게에 들어와 아무 말 없이 바로 총을 두어 발 쐈고,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쐈다”는 생존자의 증언을 전했다. 계산대 줄 맨 앞에 서 있던 한 여성이 먼저 총에 맞았다. 과자를 사러 슈퍼에 들렀던 라이언 보로스키 씨(37)는 “총성이 계속되자 모두가 겁에 질린 채 ‘뛰어!’라고 소리치며 도망치면서 슈퍼마켓이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다”고 말했다.

경찰관 탈리 씨는 신고를 받고 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가 마주친 범인의 총격에 숨졌다. 자녀가 7명 있으며 맏이는 20세, 막내는 7세라고 경찰은 밝혔다. 최근에는 드론 조종사로 전직하는 걸 고려 중이었다고 유족은 전했다.

미국에서 끔찍한 총기 난사 사건이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볼더 등을 포함한 덴버 일대에서는 1999년 미 최악의 학내 총기 사고로 꼽히는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를 비롯해 많은 희생자를 낳은 총기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1999년 4월 덴버 남쪽 리틀턴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두 학생이 총기를 무차별 난사해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을 숨지게 하고 자신들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2년 7월에는 25세 남성이 덴버 동쪽 오로라의 한 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총을 쏴 12명이 숨지고 70명이 부상했다. 2019년에도 덴버 남쪽 하일랜즈랜치의 ‘스템(STEM) 스쿨’에서 총격범 2명이 총기를 난사해 학생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CNN은 16일 애틀랜타 연쇄 총격부터 이번 볼더 총기 난사까지 6일간 휴스턴과 댈러스,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모두 7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2011년 총기 난사 사건의 생존자로 총기 규제를 지지해 온 개브리엘 기퍼즈 전 애리조나주 하원의원은 22일 “지난주에는 애틀랜타더니 오늘은 볼더”라며 “이건 정상이 아니다”라고 CNN에 말했다.

콜로라도주 법원은 이번 사건에 쓰인 것과 같은 종류의 소총을 금지한 볼더시의 규정이 위법하다고 이달 12일 판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이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 ‘AR-15’ 소총은 미국 총기 난사 사건에서 빈번히 등장하며 문제로 지적된 이른바 ‘돌격 소총’이다. 볼더시는 2018년 돌격 소총 소유 금지 규정을 제정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건 보고를 받았으며 계속 진행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재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는 “우리는 오늘 악(evil)의 얼굴을 보았다”면서 “슬픔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콜로라도 주민을 위해 기도한다”고 밝혔다.

미 사법당국은 앞선 16일 벌어진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의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에게 ‘악의적 살인 및 가중 폭행’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아시아계 사망자가 다수임에도 현재까지는 ‘증오범죄’ 혐의가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조종엽 기자
#콜로라도#총기난사#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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