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제 스스로 갉아먹은 AZ…용량부터 데이터까지 ‘엉망’

  • 뉴스1
  • 입력 2021년 3월 25일 14시 57분


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낼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되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신뢰성이 연일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3상 임상에서 실수로 용량을 잘못 투여한 것이 알려져 이미지를 구기더니 미국 3상에서는 최신 자료가 아닌 것을 넣어 분석했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25일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22일의 미국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발표하며 효능이 79%라고 했던 것을 76%로 수정했다. 3%포인트(p)정도의 수치 변화라 백신 효능 자체가 흔들릴 수준은 아니었지만 실수를 여러번 반복해왔기에 아스트라제네카의 신뢰는 또 한번 크게 흔들렸다.

◇ 중요 순간마다 ‘헛발질’…백신 기다리던 세계 실망시켜 : 아스트라제네카는 그간 중요한 순간마다 백신을 기다리고 있던 세계를 실망시켰다.

앞서 지난해 11월 아스트라제네카는 2만3000명이 참여해 영국과 브라질에서 시행한 3상 임상시험 중간 평가에서 평균 70%의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1회 절반만 투여, 2회 정량 투여의 경우 90%의 효과, 2회 접종 모두 정량 투여한 경우에 62% 효과라는 특이한 결과의 평균치였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저용량 쪽이 더 효과가 좋은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고 나중에는 실수로 이런 용량이 투여됐다고 실토했다. 치밀하게 설계하고 시행하는 과학 시험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총 131명이 감염되었다고 하면서도 이들 중 몇명이 위약군에서 나왔는지 아니면 백신 접종 그룹에서 나왔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더 세밀하게 들어가보면 이 시험에서 고연령층은 많지 않았는데 그나마 저용량 투여군에 55세 이상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임상시험 절차도 중간에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저용량 방식을 투여한 참가자들 중 일부는 3개월 이상 지나서야 두 번째 주사를 맞았다. 원래는 한 달 간격으로 접종이 이뤄져야 하는데 별다른 설명 없이 임상 계획을 바꾼 것이다.

◇ 세부 사항 없는 발표…시간 기준 바꾸니 또 수치 변화 :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22일 미국 임상 3상의 결과 발표에서도 비슷한 잘못을 또 저질렀다. 이번 시험에서 3만명 이상의 자원자들에게 위약 1명 대 백신 2명의 비율로 한달 간격으로 2회 주사를 맞추었다면서 그 가운데 141명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고 위약 그룹에서 5명이 중증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141명 가운데 몇명이 위약군이며 몇명이 아닌지는 밝히지 않아 회사측이 밝힌 수치인 79% 효능을 검증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다.

또 언제까지의 수치를 분석한 것인지도 보도자료에서는 명시하지 않았고 최신데이터를 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서야 2월17일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시간 기준을 바꾸자 효능 수치는 또 바뀌었다. 2월17일 이후 발생한 49명을 추가하자 아스트라제네카의 보호 효과는 79%에서 76%로 떨어졌다. 결국 영국 임상 70%에서 미국 임상 79%, 미국 임상 76%로 효능은 오락가락하게 됐다.

이런 행태는 결국 영국 임상 보다는 좀더 체계있게 진행된 미국 임상의 장점도 날려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제대로 신중하게 발표되었다면 65세 이상의 노년층도 20%나 포함되어 노인층이 맞아도 되냐는 의문을 불식하고 혈전이나 출혈 등의 부작용도 없어 최근 유럽에 퍼진 우려를 완화할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신뢰를 제 스스로 갉아먹었다.

◇ 정치에 휘둘린 점도 신뢰 추락에 일조 : 아스트라제네카의 정치적 계산이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유통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은 이 백신의 신뢰감을 더 떨어뜨리는 요소가 됐다.

최근 몇주간 유럽연합(EU)내 국가들과 영국은 코로나19 백신 부작용과 백신 물량 확보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백신 물량부족에 시달리는 EU가 역내에서 생산된 백신 수출 금지를 거론하자. 영국은 EU가 비민주적인 발상을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또 유럽 내 많은 국가들이 혈전 등의 이유를 들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영국과 스웨덴의 합자사인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개발해 사실상 영국산 백신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영국이 EU와 결별하면서 벌인 갈등과 아스트라제네카가 유럽내 공급을 줄인 것 때문에 유럽 국가들이 아스트라제네카를 문제삼는 것일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이 백신이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강력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22일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라는 압력을 안팎에서 받았다고 한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결국 정치적인 의도에 서둘러 발표한 것이 또 패착이 된 셈이다. 임상 결과 발표 수시간 후 데이터안전감시위원회(DSMB)가 자신들이 본 데이터에 의한 효능은 발표와는 다르다고 지적하면서 아스트라제네카는 다시 체면을 구겼기 때문이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