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기자회견 코앞 北미사일 도발…바이든 대북정책 ‘시험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5일 15시 04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News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News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북한의 잇단 무력시위에 직면하면서 대응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지난 주말 순항미사일 발사와 달리 이번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금지하고 있는 탄도미사일 발사인데다 바이든 행정부가 진행해온 대북정책 검토 결과 발표를 앞두고 북한이 노골적인 도발에 나선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취임 후 여는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강경하고 단호한 어조로 추가 도발에 대한 경고 및 협상 복귀를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직접적인 대북 메시지가 된다는 점에서 북한에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23일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달라진 게 없다”며 의미를 축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당국자도 이날 언론과의 전화 컨퍼런스에서 “이 행동(미사일 발사)은 북한의 일반적인 군사 행동 범주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신중하게 반응했다. 순항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도 언급하며 과잉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을 떠보려는 북한의 저강도 도발에 휘둘리지 않고 차분하게 대북정책 검토를 마무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그러나 북한이 이런 미국의 반응 하루 만에 보란 듯이 수위를 높여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서 바이든 행정부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당장 미국이 이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가져가 규탄 성명이나 추가 제재 결의안 등을 내놓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합의 위반이 아니다”, “작은 미사일 발사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한 것을 비판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당시 영국과 프랑스, 독일이 유엔 안보리 비공개 회의 후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3개국 공동성명을 발표할 때도 빠졌다. 이번에 무대응 기조를 취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게 뭐냐”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 강화를 외교안보 핵심방향으로 천명해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잇단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단거리 미사일은 미국 본토를 위협하지는 않으나 한국과 일본은 사정권에 들어간다. 특히 미국과 밀착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일본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미일 3국의 국가안보회의(NSC) 수장들은 다음주 워싱턴에서 북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발사를 놓고 바이든 행정부의 초기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벌써부터 일부 나오기 시작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국장은 이날 이메일 논평에서 “이번 발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주말 미사일 시험 발사를 경시하고 웃어넘기는 것처럼 보인 데 대한 반응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도 그랬듯 워싱턴에서 조금이라도 얕보는 발언이 나오거나 자신들의 체면이 손상된다고 느끼면 반응할 것”이라며 “북한은 판을 키우려고 어떤 구실이라도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제재 완화 같은 양보를 얻어내야만 다시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며 “이런 협박외교(blackmail diplomacy)에 정치적으로 상위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1994년 이후 계속돼온 패턴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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