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北 인권, 코로나 확산 우려로 악화…책임 물을 것”

  • 뉴스1
  • 입력 2021년 3월 31일 10시 06분


미국 국무부가 30일(현지시간) 공개한 2020 인권보고서(미 국무부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미국 국무부가 30일(현지시간) 공개한 2020 인권보고서(미 국무부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미국 국무부가 30일(현지시간) 발표한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 북한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한 과도한 통제로 북한내 인권 상황이 악화한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우선 북한 주민뿐 아니라 북한내 상주하는 외국인들의 이동의 자유도 크게 제약 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무부는 정부가 국내 이동 제한을 강화함에 따라 작년 3월부터 북한 내 이동이 매우 어려워졌고, 비정부기구, 외국 외교관, 유엔 기구 직원들이 평양을 떠나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고 언론 보도와 비정부기구(NGO) 보고를 인용해 기술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북한내 인권과 인도주의적 지원 상황을 감시하는 해외옵서버들의 극도로 제한된 감시역량이 심각하게 방해받았다”고 지적했다.

외교관과 국제기구가 북한내에서 활동을 지속할 수 없게 되면서 인권상황과 관련해 국제사회가 이용할 직접적인 정보량도 감소했고, 한국에 도착한 탈북자 수도 현저히 감소했다고도 유엔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보고를 인용해 지적했다. 국무부는 그간 인권보고서에서 탈북자들이 증언한 북한내 인권 실태를 많이 참고해왔다.

또 국경 경비가 강화되면서 중국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유입은 허가증이 있든 없든 대폭 제한됐다.

다만 해외 노동은 러시아와 중국에서 계속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그외 Δ앙골라 Δ캄보디아 Δ적도 기니 Δ이란 Δ케냐 Δ모리셔스 Δ모잠비크 Δ니제르 Δ오만 Δ카타르 Δ콩고 Δ세네갈 Δ남수단 Δ베트남 등에서도 해외 노동이 이뤄졌지만 지난해 일부 국가에서는 중단됐다고 했다.

소수의 정보 독과점과 정부의 인터넷 사용 감시도 지적됐다. 국무부는 미국 대북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보고서를 인용해 “최근 합법적으로 등록된 휴대전화 수는 물론 중국산 불법 휴대전화 사용도 급격히 증가했다”면서 “모바일 네트워크 이용은 인구의 약 94%에 이른다고 알려져있지만 휴대폰 소유는 인구의 18%에 그친다”고 했다.

8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태풍이 지나간 북한 개풍군 마을에서 주민 몇몇이 밭일을 하고 있다. 2020.9.8/뉴스1 © News1
8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태풍이 지나간 북한 개풍군 마을에서 주민 몇몇이 밭일을 하고 있다. 2020.9.8/뉴스1 © News1
평양을 중심으로 한 엘리트 초등학교, 선정된 연구기관, 대학, 공장, 소수의 개인들은 엄격한 통제와 규제 하에 인터넷을 이용했는데, 3G 휴대폰 네트워크와 인터넷 접속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다만 정부가 모든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감시 프로그램을 설치해 방문한 모든 웹페이지가 기록되고 지워지지 않는 스크린샷이 무작위로 찍혔다고 했다. 모든 북한내 휴대폰에는 소프트웨어 기반 검열 프로그램이 깔렸다.

국무부의 인권보고서는 무엇보다 정부에 의한 조직적인 인권 유린 실태 관련 내용에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탈북민들이 “많은 수감자들이 살아남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한 증언을 인용, 정치범 수용소 내 공개 처형과 열악한 위생 상태 등 광범위한 인권 유린 실태를 지적했다. 또 휴먼라이츠워치의 보고서를 인용해 재판 전 구치소에서의 가혹행위를 지적하고, “재판 전 구금된 개인들은 잔인한 조건을 견뎌냈고 조직적인 고문과 성폭력, 위험하고 비위생적인 조건, 강제 노동을 일상적으로 당했다”고 했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포함해 북한 정부에 의한 납치 문제도 언급됐다.

국무부는 특히 여성 인권 관련 부분을 별도의 항목에서 다루고 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 보고서를 인용해 “주로 인근 중국에서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도피하려다 강제 송환된 여성들에 대한 구타, 고문, 성폭력 의혹이 수없이 기록돼 있다”고 했다.

수용소 내 여성에 대한 성범죄 실태와 더불어, “억류된 여성들은 출산 보호 조치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또 국가 보안 관리들의 인권 유린과 강간을 은폐하기 위해 여성들이 강제 낙태를 당했다고 했다.

국무부는 올해 중반 이 같은 내용의 여성 인권 관련 부분을 확충해 별도의 부록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밖에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관련자들에 대한 고소가 취하되거나 조기 석방된 점, 북한 정부 요원들이 곧바로 귀국한 내용도 그대로 언급됐고, 미국인 오토 웜비어가 숨진 정황을 북한 정부가 여전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정부에 의한 불법 또는 임의 살해, 강제 실종, 고문과 비인간적 처벌, 사생활 간섭, 강제 노동 등 20여개 항목을 중요한 인권 문제들로 지적했다.

국무부는 1977년부터 매년 각국의 인권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 보고서는 외교 정책 수립 시 근거자료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리사 피터슨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차관보 대행은 이날 인권보고서 관련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 최악 중 하나인 북한의 지독한 인권침해 기록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터슨 대행은 또 “국무부는 각 정부 기관과 함께 현재 대북정책 검토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북한 당국이 지독한 인권침해에 대해 계속 책임을 지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무부의 인권보고서 한국편에는 지난 30일 발효한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비판적 내용도 담겼다. 한국 정부가 일부 비정부기구(탈북민 단체)들의 활동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피터슨 대행은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 흐름을 늘리는 것은 미국의 최우선 과제”라며 “국무부는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을 촉진하기 위해 비정부기구 및 다른 국가의 단체들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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