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탄도미사일 기술 꾸준히 고도화”…유엔 대북제재위 보고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1일 2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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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모든 사거리의 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기술을 비롯해 핵과 탄도미사일 기술을 꾸준히 고도화하고 있다는 유엔의 평가가 나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31일(현지 시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움직임 및 현황을 분석한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회원국 전문가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북한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새로운 중,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체계를 선보였다고 밝혔다. 모든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또 단거리와 중거리 탄도미사일 추진체 연료가 액체에서 고체로 바뀌고 있어 기동성이 강화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유엔의 평가는 핵무기를 소형화 및 경량화해 전술무기화했다는 북한의 주장과 일치한다. 북한은 앞서 1월 노동당 8차 당 대회에서 “작전임무의 목적과 타격 대상에 따라 서로 다른 수단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들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핵 개발 움직임과 관련해 보고서는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의 생산과 핵시설 유지, 경수로 건설 작업을 지속해왔으며 태풍에 훼손된 일부 시설은 지난해 보수됐다”고 설명했다. 제재위는 영변의 우라늄 시설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관찰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시설이 가동 중이라는 내용도 보고서 분석 내용에 실었다. 북한이 폭파했다고 주장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에 인력이 이동하는 것을 보여주는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핵실험장이 폐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점도 언급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패널보고서는 ICBM뿐 아니라 중단거리 미사일에도 핵무기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평가했다”며 “다만 (ICBM 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필요한) 열 저항 능력을 보유한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보고서도 북한이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 확보했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덧붙였다.

패널보고서는 또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최소 121차례에 걸쳐 북한이 안보리 제재 결의가 규정한 연간 석유 수입 상한선인 50만 배럴보다 여러 배 많은 정유제품을 반입한 것으로 추정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북한이 지난해 1~9월 400회 이상의 운송을 통해 최소 250만 t 이상의 석탄을 불법 수출했다고는 내용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대북 제재위는 또 대북 제재 대상인 선박이 위장을 통해 우리 선박과 정유제품 환적을 시도한 정황과 관련해 우리 정부에 사실관계를 물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정부는 환적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고 당국자가 전했다. 보고서에는 지속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상황과 이란과의 미사일 협력에 관한 지적도 담겼다.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이 자체 조사·평가와 회원국의 보고 등을 토대로 작성한 이 보고서는 15개국으로 구성된 안보리 이사국들의 승인을 거쳤다. 보고서 생산 날짜는 지난달 4일로 북한이 최근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이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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