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필수인력 뺀 공무원-가족에 촉구
日기업인들은 2월에 본사지시로 철수… 한국 “항공편 추가편성해 출국 지원”
오토바이 탄 소년에 무차별 총격 등
미얀마 군부의 유혈 진압 장기화 속… 민주진영-소수민족 반군 연대 고조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와 이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대립이 내전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미국 등 주요국이 미얀마 내 자국민에게 “출국이 가능한 지금 미얀마를 떠나라”고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30일 반드시 주재해야 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미얀마 주재 자국 공무원과 그 가족에게 안전을 이유로 철수를 명령했다. 이어 “미국 국적 민간인도 우리의 최우선 고려 순위”라고 덧붙여 민간인의 귀국 지원 계획도 밝혔다.
독일 외교부도 이날 웹사이트에 올린 여행경고문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민항기가 있을 때 가능한 한 빨리 미얀마를 떠나라”고 자국민에게 강력 권고했다. 하루 앞선 지난달 29일에는 노르웨이가 폭력 사태 격화를 이유로 미얀마 내 모든 자국민의 출국을 촉구했다. 다른 북유럽 국가들도 조만간 자국민에게 출국을 권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은 3월 4일 국영항공 여객기 2대를 동원해 자국민 390명 이상을 귀국시켰다. 미얀마에서 기업 활동을 해 온 일본인들은 2월 19일 본사 지시에 따라 직항편으로 귀국했다.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은 “주요국 대사관들이 자국민들에게 가능하면 일시 귀국할 것을 조용히 권유하고 있다”면서 “우리 대사관도 항공편 추가 편성을 통해 우리 국민의 출국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국 정부가 자국민 철수를 지시·권유한 배경에는 미얀마 사태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반(反)쿠데타 시위와 군부의 유혈 진압이 장기화하면서 내전 발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얀마의 민주화 이전부터 미얀마 군부와 대립해 온 소수민족 무장 반군의 존재가 내전 가능성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미얀마 남동부 지역 태국 접경 카인주의 카렌족 무장 반군 단체인 카렌민족연합(KNU)은 최근 미얀마 민주진영과 연대를 선언했고, 정부군과의 전투도 재개했다. KNU는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이제 정부군과 충돌을 피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의 라카인족 무장 반군인 아라칸군(AA) 역시 지난달 29일 “반군부 투쟁에 모든 (소수)민족과 힘을 합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전했다. AA는 이 지역에서 미얀마 정부군과 게릴라전을 벌여 오다가 지난해 11월 정부군과 휴전을 선언했다. 최근 정부의 ‘테러 단체’ 목록에서 삭제됐지만 군부의 시위대 유혈 진압을 계기로 다시금 전의를 밝힌 것이다.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과 타앙민족해방군(TNLA)도 이날 성명을 통해 군부가 시위대 살상 행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친(親)민주진영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진영의 임시정부 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는 “소수민족 및 시민사회 지도자들과 함께 정부군에 대적할 연방군 창설을 논의 중”이라고 최근 밝혔다. 각 미얀마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보유한 병력을 더하면 대략 7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미얀마 군부의 유혈 진압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미얀마 남부 다웨이의 거리에서 트럭에 탄 군인이 아무런 이유 없이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향해 총을 쏴 17세 청소년이 쓰러지는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됐다. 목에 총을 맞은 이 청소년은 지난달 30일 숨을 거뒀는데 미얀마 군은 “오토바이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쳐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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