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이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 양방향 통행을 막은 탓에 약 10억 달러(1조1320억 원) 이상 피해가 났다고 추산했다. 이집트 측 피해에 한정된 것으로 정확한 글로벌 물류 피해 규모 추산엔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사마 라비 수에즈운하관리청장은 지난달 31일 이집트 현지방송 사다엘발라드TV와의 인터뷰에서 “운하 복구 등에 들어간 준설비용 등 그간 손실과 피해액은 약 10억 달러로 조사에 따라 이보다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7일 운하관리청은 운하 양방향 통행 마비로 인해 하루 약 1400만 달러(158억 원)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해 운하 통행료 수입 약 56억 달러(6조3400억 원)을 일 평균(1500만 달러)에 평소보다 물동량이 많지 않은 기간임을 감안해 추산한 것이다.
23일 오전 7시 30분 좌초 사고로 운하 통행이 막힌 시점부터 선박 운행이 재개된 29일 오후 6시까지 통행 마비 피해를 입은 선박들에 통행료 할인을 해준다는 방침이고,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가 15척 화물선을 희망봉 항로로 바꾼 탓에 피해규모는 이보다 커져 1억5000만 달러(1698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운하 통행료는 한 척당 약 10만~30만 달러다.
여기에 24시간 근무체재로 뱃머리가 묻힌 제방 흙 제거 작업에 투입된 현장 인력 약 180여 명을 비롯해 직간접적으로 2000여 명이 투입돼 복구작업을 펼쳤는데, 이후 제방 복구 등도 이뤄져야 하는 만큼 피해 규모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일 이집트 운하 당국은 현재 수에즈운하에서 넓은 구간인 그레이터비터 호수에 에버기븐호를 정박시키고 사고 원인과 선박 피해 등을 분석하는 가운데 사고 원인이 선장 항해 미숙으로 드러날 경우 그간 피해를 선주인 일본 쇼에이기센 측에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에버기븐호는 영국계 선주상호보험조합인 영국P&I에서 가입돼 있다. 물류 지연에 대한 피해는 영국P&I가 담당하고 선체 피해나 운하 손상은 일본 미츠이스미모토 보험에서 처리하게 될 전망이다.
운하청이 밝힌 피해 규모는 이집트 측에 한정된 것으로 사고 후 7일 동안 벌어질 해상 물류 차질에 대한 피해 추산은 별개다. 지난달 31일 뉴욕타임스(NYT)는 “수에즈 운하 양쪽에서 대기하던 약 400척 선박 안에 들어있던 물품 가격만 약 100억 달러(11조 원) 규모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외에도 신발, 휴지, 커피 등 일반 소비재 등도 포함된다.
배송 지연에 따른 피해가 예상되지만, 정확한 피해 규모 추산을 놓고선 한동안 진통이 예상된다. 뉴욕타임스는 화주가 화물 지연에 따른 실제 상품의 손상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축이 죽거나 식료품 유통기한을 넘기는 피해 사례 등 피해 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데, 이러한 추산 과정이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보험사들은 운송이 지연되더라도 상품이 실제 손상되지 않을 경우 배상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선주 쇼에이기센 측은 지난달 31일 로이터통신 측에 “현재까지 운송 지연 피해에 대한 배상 요구를 해온 선박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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