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시아계 증오범죄]재미교포 스타의 증오범죄 고발
亞혐오 메시지 매일 수십개 도착… 공공장소에서 침 뱉은 사람까지
金 따니 “백인소녀 메달 뺏지말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인종차별 타깃에서 빼주는 건 아니다. 집을 나설 때는 항상 최루액 분사기와 호신용 무기를 챙겨야 한다. 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도 하루에 수십 개의 혐오 메시지가 도착한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금메달리스트이자 재미교포인 클로이 김(김선·21)이 “매일매일 아시아계 증오 범죄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백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받은 인종차별적 메시지 일부를 공개한 클로이 김은 3일 미국 스포츠 매체인 ‘ESPN’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이 이런 (인종차별적) 행동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면서 “정말 무력하고 두려운 마음이 든다. 무척 힘들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15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한국계 여성 3명이 백인 청년 로버트 에런 롱(21)의 총에 맞아 숨지는 등 아시아계 여성을 타깃으로 한 혐오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내게 침을 뱉은 사람도 있었다”는 클로이 김은 “급한 약속이 아니라면, 약속 장소가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이 아닌 이상 절대 혼자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며 “집 앞 식료품점에 갈 때도 허리에 차는 작은 가방에 전기충격기, 호신용 칼을 휴대하고 항상 가방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집 밖에서 부모님과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것도 그만둬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시아계를 향한 혐오는 더욱 심해졌다. 그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로스앤젤레스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에 타려고 했는데 한 여성이 ‘여기 들어오면 안 된다’며 소리친 적이 있다”며 “부모님이 외출하러 현관문을 나설 때마다 다시는 못 볼 수도 있고, 병원에서 부모님이 공격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을 수도 있어 항상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의 안전이 걱정됐고,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침묵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나를 문제의 일부로 생각하는 것 같아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강조했다. ESPN은 “클로이 김이 아시아계 여성을 대표해 문제 제기에 앞장섰다”고 평가했다.
클로이 김은 “13세 때 미국 콜로라도주 애스펀에서 열린 ‘X게임’(스노보드, 스케이트보드 같은 종목에서 승부를 겨루는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부터 ‘중국으로 돌아가라. 백인 소녀들로부터 메달을 빼앗는 것을 그만두라’는 메시지가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가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내가 이룩한 것들을 무시했다”면서 “당시에는 아시아인이라는 게 부끄럽고 싫었지만 이런 감정을 극복하는 법을 배웠고 지금은 아시아인이라는 게 정말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날 클로이 김이 스노보드 스타로 떠오르기 전부터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사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밝혔다. 2018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클로이 김은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의 고충에 대해 “나는 바나나다. 겉은 아시아인이고, 속은 하얀 백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클로이 김은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인 부모님 사이에서 2000년에 태어났다. 네 살 때 아버지를 따라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했으며 2009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우승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3년 미국 성인 대표팀에 합류한 클로이 김은 2016년 미국 스노보드 그랑프리에서 여자 선수로는 처음 2연속 1080도 회전을 성공하면서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사상 최초로 100점 만점 기록을 남겼다.
평창 올림픽 뒤 세계적인 장난감 업체 ‘마텔’은 110번째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클로이 김을 모델로 한 바비 인형을 내놓기도 했다.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및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조직위원회 역시 캘리포니아 출신인 클로이 김을 대회 홍보 전면에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인물조차 인종차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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