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관련 기술이 적용된 슈퍼컴퓨터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해 해당 중국 기업에 대한 통제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에서 최대 20배 이상까지 속도를 내는 미사일로,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첨단 무기다.
WP에 따르면 중국 컴퓨터 회사인 파이티움(Phytium)이 만든 슈퍼컴퓨터가 중국 남서부 비밀 군사시설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의 대기권 통과시 열 측정 등 시뮬레이션에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항공모함이나 대만을 겨냥할 수도 있는 중국의 첨단 무기 개발에 미국의 기술이 쓰인 슈퍼컴퓨터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티움은 인텔처럼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이 되고자 하는 민간 상업회사로 자사를 소개하고 있지만, 중국 인민해방군의 연구 조직과 연계돼 있다는 점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국을 다루는 싱크탱크 ‘프로젝트 2049 연구소’의 에릭 리 연구원은 “파이티움은 독립적인 민간기업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임원 대다수는 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NUDT) 출신의 전직 군 장교들”이라고 설명했다.
파이티움의 슈퍼컴퓨터가 사용되는 극초음속 실험시설도 인민해방군 소장이 책임자로 있는 중국 공기역학연구개발센터(CARDC) 안에 있다. 중국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깊이 관여해온 이 센터는 미사일 확산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1999년부터 미국의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고, 2016년 상무부가 규제 대상으로 추가한 곳이다. WP는 “파이티움과 CARDC의 협력은 중국이 전략적인 군사 목적을 위해 미국의 상업적 기술을 은밀히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WP에 따르면 파이티움이 만든 슈퍼컴퓨터는 미국 회사가 설계하고 대만의 TSMC가 생산한다. TSMC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전투기 F-35에 들어가는 반도체도 생산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미국과 중국 양쪽의 군사적 목적에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파이티움과 다른 중국 기업들을 수출 블랙리스트에 올리려 했으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시간 부족으로 이를 시행하지 못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넘겨받아 현재 상무부에서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가 미국의 기술이 중국 기업으로 흘러가지 못하게 막고,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한 무기 개발의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최근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강도 높게 추진해왔으나 현재까지는 중국 및 러시아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시도했던 시험발사에도 성공하지 못해 개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상태다. CNN방송에 따르면 미 공군은 5일 캘리포니아주 에드워즈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52H 폭격기가 공중발사 극초음속 미사일인 ‘AGM-183A ARRW’를 발사하는 시험에 성공하지 못했다. 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순서를 다 채우지 못했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막기 위한 매머드급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2조25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이를 위한 증세의 필요성을 거듭 호소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연설을 통해 “우리가 디지털 인프라와 연구개발 투자를 하도록 중국이 기다려줄 것 같은가”라며 “내가 장담한다. 그들은 기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미국의 민주주의가 너무 느리고 제한적이며 분열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