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잠들면 최대 13일 안 깨…머리 충격 후 희귀 증상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4월 10일 11시 40분


(에차의 아버지 물야디 페이스북)
(에차의 아버지 물야디 페이스북)
인도네시아의 한 소녀가 머리에 충격을 받은 후 한번 잠들면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는 증세를 겪고 있다고 현지 매체가 9일(현지시간) 전했다.

반자르마신포스트 등에 따르면 보르네오섬 남부 칼리만탄 반자르마신에 사는 17세 소녀 에차(Echa)는 2016년 오토바이 사고로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다. 소녀는 검사를 받았지만, 뇌나 신경에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사고 이후로 깊은 잠이 들면 적어도 20시간 이상 깨어나지 못하는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최대 13일 동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이번 달에도 1일 밤부터 계속 잠을 자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소녀의 아버지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잠자는 딸의 사진을 올리며 “아무리 흔들어도 깨울 수가 없다. 통상 잠든 뒤 8일이 되기 전에 깨어나는데 이번에는 계속 잠들어 있다”며 기도 해달라고 호소했다.

(에차의 아버지 물야디 페이스북)
(에차의 아버지 물야디 페이스북)
소녀가 잠을 자는 동안 몸에 경련이 일어나자 가족들은 지난 3일 밤 병원에 입원시켰다. 병원에서 사흘 간 엑스레이, CT촬영, MRI 검사, 수면 뇌파 검사, 피검사 등 각종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런 이상을 찾지 못했다.

소녀의 아버지가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을 보면 병원 검사를 받는 중에도 소녀는 잠을 자고 있다.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도 연속해서 수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음식은 잠든 상태에서 입에 넣어주고 있다. 아버지는 “입에 음식을 넣어주면 씹을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에차의 아버지 물야디 페이스북)
(에차의 아버지 물야디 페이스북)
소녀의 사연에 현지 주지사 대행 등 지역 인사들이 집으로 찾아가 가족을 위로했다.

현지 매체들은 ‘클라인-레빈 증후군’(Klein-Levin syndrome)이 아닐까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잠자는 공주 증후군’으로 불리는 이 증후군은 과다 수면장애 희귀질환이다. 잠이 수일에서 수주간 지속되는 현상이 간헐적으로 발생한다. 식사 및 용변을 위해 깨기도 하지만 본인이 수면을 조절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약 500 예 정도의 사례가 보고돼 있으며, 특별한 치료법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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