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개량형 원심분리기 가동하자 다음날 우라늄 농축시설 정전
이스라엘 언론 “모사드 공격 감행”
이란 정부 “보복할 것” 경고
이란이 2018년 서방과 맺은 이란 핵합의 당시 사용이 금지됐던 개량형 원심분리기를 가동한 지 하루 만인 11일 이란 최대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는 중부 나탄즈 핵시설에서 외부 테러로 인한 정전이 발생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줄곧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려 했던 이스라엘의 해외담당 정보기관 모사드가 테러의 배후라고 추정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자신들을 공격하기 위해 핵을 가지려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11일 베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청 대변인은 “적들의 테러 행위로 나탄즈 핵시설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이란은 비열한 행위를 한 가해자에게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란 측은 “방사성물질 유출 및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으나 NYT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에 큰 타격을 입었고 복구에 최소 9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NYT는 이날 정전이 원심분리기에 연결된 전력체계에서 대형 폭발이 발생해 벌어졌다고 전했다. 반면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 등은 모사드가 나탄즈 핵시설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12일 이란 매체 누르뉴스는 “당국이 나탄즈 핵시설 내에서 배전망을 파괴한 사람을 특정해 체포했다”고 전했다. 이를 감안할 때 직접 폭발에 의한 시설 파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서방 언론은 지난해 11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핵과학자 모센 파흐리자데가 암살됐을 때, 같은 해 7월 나탄즈 핵시설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모사드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12일 “시오니즘 정권(이스라엘)이 서방의 제재를 풀기 위한 이란의 노력을 막으려 한다. 이 행동에 복수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이고 이란의 핵보유를 막겠다”고 맞섰다. 이번 사태로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 또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2018년 탈퇴했던 이란 핵합의 복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미 6일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핵합의 당사국 간 회담이 재개됐지만 중동 정세 불안으로 협상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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