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반도체 대책 화상회의에 참석한 삼성전자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초청받아 참석했다.
이 관계자는 “초청장은 곧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구상하는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적극 동참하라는 압박과도 같은 의미”라며 “거대한 중국 내수 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미중 양자택일을 요구받는 상황이 난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부문의 주력제품인 메모리반도체를 한국(화성, 평택)과 중국(시안)에서 생산 중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166조3112억 원) 중 26%(43조7402억 원)를 중국에서 거뒀는데 이 중 상당액이 샤오미·오포·비보 등 메모리사업부 고객사를 통해 얻은 매출이다. 아직 바이든 정부의 구체적인 ‘요구조건’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공급망 검토의 근본적 목적이 중국 ‘반도체 굴기 차단’인 점을 감안하면 언제든 중국 사업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제 중국 정부는 최근까지도 삼성전자에 중국 내 추가 투자를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중국 측은 반도체, 5세대(5G) 이동통신 협력을 요구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요구에 적극 화답하는 모양새가 된다면 그동안 쌓아온 중국 중앙 및 지방정부와 네트워크도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날 화상회의를 계기로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시설 투자 결정이 빨라질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17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의 파운드리 투자를 검토 중이다. 텍사스, 애리조나 등 주정부와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규모를 놓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3일 대만 언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4위 업체인 대만 UMC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구축했다. UMC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수주 물량 일부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맡게 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중 갈등 리스크에서 벗어나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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