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상을 압박하기 위해 올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는 미 정보당국의 전망이 나왔다. 정보당국은 중국에 대해서는 미국과 점점 더 ‘동급에 가까워지는 경쟁자(near-peer competitor)’로 평가하면서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경계했다.
미 국가정보국(ODNI)은 13일(현지 시간) 공개한 27쪽 분량의 ‘연례 위협 평가’ 보고서 중 북한 부문에서 “김정은은 미국과 동맹들 사이를 벌리고 역내 안보 환경을 바꾸기 위해 공격적이고 잠재적으로 불안정한 행동에 나설 수 있다”며 “여기에는 핵무기와 ICBM의 시험이 포함된다”고 했다. 또 “김정은은 핵무기를 외세의 개입에 대한 궁극적인 억제로 보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믿고 있다”며 “자신의 정권에 가해지는 압박 수위가 북한의 접근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보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이어 “김정은은 또 재래식 무기를 현대화하는 노력과 함께 핵무기, 미사일 개발을 통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재래식 무기의 위협도 거론했다. 재래식 무기의 역량 강화로 미국과 한국, 일본에 점점 더 위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대량살상무기(WMD) 분야에서는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김정은이 핵무기에 계속 전념하고 있고 탄도미사일 연구개발에 활발히 관여하고 있으며 생화학무기를 위한 북한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이버 능력과 관련한 분야에서는 “북한이 대단히 중요한 미국의 인프라 네트워크에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미국 내 기업의 네트워크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수준일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ODNI는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한 미국의 17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최상위 정보기관이다. 여기서 내놓은 보고서에는 이들 기관의 정보와 분석 내용이 총망라돼 있다고 볼 수 있다. ODNI의 이번 연례 위협 보고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처음 나온 것으로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인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에도 상당 부분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보고서는 북한과 함께 중국, 러시아, 이란을 주요한 위협으로 보고 개별 장(chapter)에서 기술했다. 특히 중국을 가장 첫 번째로 올려 미국이 인식하는 위협 1순위임을 확인했다.
보고서는 “중국공산당은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의 영향력은 약화시키며 미국과 동맹 간 틈을 벌리고 전제주의적 중국 시스템을 앞세운 국제적 새 규범을 만들기 위해 범정부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이 점점 더 미국과 같은 수준의 경쟁자가 돼가고 있다며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인도와의 국경에서 벌어지는 충돌을 중국의 영향력 확대 시도 사례로 언급했다. 대만과 관련해서도 “중국이 통일을 압박하면서 미국 대만 간의 관여 강화를 비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군사력 측면에 있어서는 중국군의 해군력과 공군력을 역내 최대로 평가하며 “중국은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신형 장거리 시스템 실전 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WMD와 관련해서도 “중국이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핵무기고의 확대와 다양화를 계속할 것이며 3대 핵전력을 실전 배치하고 핵무기 보유량을 10년 내 두 배 이상 늘리려 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미 상하원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미국에 대한 위협을 평가하는 청문회를 14일과 15일 진행한다.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과 윌리엄 번스 CIA 국장,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 등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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