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이 16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남중국해와 대만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대(對)중국 안보 이슈는 물론, 반도체와 5G 네트워크 등 경제·기술 분야에서도 양국이 포괄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중국을 견제하고 경제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는 공통의 이익 앞에서 양국의 동맹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이날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성명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스가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올 1월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대면 회담을 가진 상대가 됐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얼마나 중요한 동맹으로 생각하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두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 안보와 경제, 기술협력, 인권, 기후변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양국이 서로 협력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스가 총리와 나는 미일 동맹과 공동 안보를 위한 우리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ironclad)’ 지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한목소리로 중국을 견제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중국의 행동이 미치는 충격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경제적 강요를 포함해 국제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중국의 행위들에 대해서도 우려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우리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불법적인 해상 활동들을 반대하고 국제법에 따르는 자유롭게 개방된 남중국해에서 강한 공동의 이익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대만에 대해서도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을 권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만 문제가 미일 정상의 문서에 담긴 것은 1969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사토 에이사쿠 일본 총리의 성명 이후 52년 만이다. 성명은 또 “홍콩과 신장 위구르 자치 지역의 인권 상황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공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의 협의체 쿼드(Quad)를 통해서 주변 동맹국들과 협력하기로 했다.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지인 센카쿠 열도에 대해서는 “센카쿠 열도에 대한 일본의 행정을 약화시키는 일방적인 행동을 반대한다”며 사실상 일본 편을 들어줬다.
이밖에도 반도체 공급망과 5G 네트워크 등 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양국이 서로를 잠재적 기술 경쟁자로 여기던 1980년대에 비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해서는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노력을 강조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준수와 국제사회의 이행을 촉구했다. 이날 성명에는 북한이 싫어하는 표현인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가 담기지는 않았지만 스가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의 CVID”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해결 노력도 약속했다.
두 정상은 경색된 한일 관계를 의식한 듯 한미일 3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한국과의 3국 협력이 우리의 공동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이라는 점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스가 총리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대응이나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한미일 3국 간 협력이 오늘만큼 중요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우리는 인식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일본의 도쿄 올림픽 개최에 대한 지지 의사도 밝혔다. 성명은 “바이든 대통령은 안전하고 안심된 하계 올림픽과 장애인 올림픽 개최를 위한 스가 총리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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