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섬나라 몰타의 ‘시민권 장사’가 중국, 러시아 등지의 부자들에게 유럽으로 가는 손쉬운 통로가 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간부, 러시아 정치인, 아랍 왕족 등이 몰타 투자여권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유럽연합(EU)으로의 무제한 접근권을 얻었다. 투자여권제도는 소위 ‘황금 여권(golden passport)’라고도 불린다. 2004년 EU 회원국으로 가입한 몰타는 2014년부터 100만 유로(약 13억 5000만 원) 이상을 투자하고 1년 이상을 거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시민권을 주는 투자여권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몰타 투자여권 신청자들은 부동산을 구매한 후 몰타에 머무르지 않고도 거주 요건을 채우는 방식으로 빠르면 3주 만에 몰타 여권을 손에 넣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몰타 투자여권을 받기 위해서는 220점의 ‘거주 점수’를 받아야 한다. 이 항목에는 현지 사교모임 가임, 자선단체 기부, 요트 구매, 신문 구독, 은행 계좌 개설 등이 포함돼 신청자들은 몰타에 머무르지 않고도 손쉽게 점수를 획득할 수 있었다고 타임스오브몰타는 보도했다.
투자여권 신청 업무를 대리하는 헨리앤파트너스의 유출된 이메일 250여 건을 분석한 결과 신청자들이 몰타에 거주하는 평균 기간은 1년에 16일뿐이었다. 자신을 포함해 가족 12명의 여권을 신청한 중국인은 침실 2개가 있는 아파트를 임대했다. 현실적으로 고려해 봤을 때 그가 실제로 몰타에 거주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가디언은 꼬집었다.
몰타의 투자여권제도는 도입 초기부터 EU로의 구멍(loophole)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EU 회원국인 몰타의 여권을 보유하게 되면 솅겐 조약에 따라 27개 EU 회원국에서 여행하고, 살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권리와 더불어 EU의회 선거권을 갖게 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몰타 투자여권제도가 EU 시민권의 본질을 훼손한다”며 법적 제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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