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도쿄도 등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대를 막기 위한 긴급사태를 23일 발령했다. 지난해 4월, 올해 1월에 이어 3번째 발령이다. 7월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짧고 강한’ 조치를 실시한다는 게 특징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열고 “도쿄도와 오사카부, 효고현, 교토부에 25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긴급사태를 발령한다”고 발표했다. 스가 총리는 “지난 달부터 감염자 수가 증가하고 있고 중증자가 급속히 늘어 의료 제공 체제가 지금까지 볼 수 없었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라고 긴급사태 발령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특히 우려스러운 게 변이 바이러스 움직임이다. 확진자 중 변이 바이러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오사카와 효고에서 약 80%, 교토에서 70%, 도쿄에서 약 30%”라며 “이대로 놔두면 대도시의 감염확대가 전국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1차와 2차 긴급사태 발령 때는 기간이 각각 1달이었지만 이번에는 17일로 짧다. 하지만 조치는 강하다. 일본 정부는 주류를 제공하거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음식점에 대해 휴업을 요청했다. 바닥 면적이 1000㎡를 넘는 상업시설과 유흥시설도 휴업을 당부했다. 휴업 요청은 1차 발령 때는 있었지만 2차 때는 없었다. 스포츠 경기와 같은 이벤트는 원칙적으로 무관중으로 하도록 결정했다.
다만 생필품을 파는 곳은 계속 영업하도록 허용했다. 또 초중고교에 대해 일제 휴교는 요청하지 않고 클럽활동을 자제토록 부탁했다. 일본 초중고교는 지난해 1차 긴급사태 때만 일제 휴교를 했고, 지난해 5월 1차 긴급사태 해제 이후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황금연휴(4월 29일~5월5일)를 앞두고 긴급사태를 발령해 이 기간 사람들의 이동을 강력하게 줄인다는 계획이다.
스가 총리는 백신 접종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6월 말까지 합계 1억 회분의 백신이 지자체에 배포될 수 있다”며 “고령자는 7월 말까지 2회 접종을 끝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고령자 약 3600만 명에 대한 접종은 4월 12일부터 시작됐는데, 이를 7월까지 끝내겠다는 것이다.
도쿄올림픽 개막이 91일 남은 시점이다보니 이날 기자회견에선 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많았다. 한 기자가 ‘올림픽을 취소하는 기준’을 묻자 스가 총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개최와 취소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IOC가 개최를 결정했다”고 답했다. 다른 기자가 ‘IOC는 일본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는 올림픽 취소 기준을 가지고 있느냐’고 재차 묻자 스가 총리는 “IOC가 개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21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긴급사태를 선언하는 것은 황금연휴를 앞두고 감염 확대를 막기 위한 예방적 조치다. 올림픽과 관계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와 도쿄도민들 사이에 “도쿄 주민과 국민은 자유롭지 못한 생활을 강요당하는데 ‘올림픽은 특별하다는 말이냐’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3일 전했다. 오자키 하루오(尾崎治夫) 도쿄도 의사회 회장은 “긴급사태 선언이 ‘큰일’이라고 말하면 대회 취소로 내몰리므로 현실을 직시하지 않도록 하는 발언을 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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