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오는 6월에 만나 정상회담을 할 전망이 있다고 25일 러시아 RIA 통신이 크렘린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크렘린의 유리 우샤코프 외교정책 보좌관이 아직 확실한 결정이 내려진 것이 아니며 여러 변수가 있다고 덧붙였지만 이런 가능성을 입에 올렸다는 것이다.
또 같은 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역시 이달 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며 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리아는 전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바이든 취임 후 관계가 나날이 나빠져 “바닥까지 내려왔다”고 최근 크렘린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지적했었다.
그러나 양국 관계가 푸틴을 존경한다면서 고분고분했던 트럼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굳어지고 쌀쌀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결정적으로 틀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
3월 하순 취임 2개월의 바이든 대통령이 방송 정치프로 진행자가 ‘푸틴을 살인자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러시아는 즉시 주미대사를 상담 구실로 소환 귀국시켜버렸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4월 초 푸틴에게 전화를 걸어 여러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직접 만나는 것이 좋다며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물론 전화는 열흘 전부터 분명하게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의 크림 반도 및 우크라이나 접경지에의 대규모 병력 결집 등을 비판하기 위해서 한 것이다.
바이든으로부터 ‘킬러’ 용의자 지목을 받았던 푸틴은 그때 즉시 바이든에게 ‘몸조심’하라는 마피아성 대꾸와 함께 둘이서 실시간 토론전을 벌이자고 제안했었다. 바이든은 이 제안에는 말이 없다가 정상회담을 꺼낸 셈이다.
4월 중순 미국은 러시아가 2020 대선에 개입하고 연방기관들을 집단적으로 사이버해킹했다면서 10명의 워싱턴 주재 러시아 외교관의 추방을 통고했다. 러시아도 즉시 같은 수의 모스크바 주재 미 외교관을 추방했고 미국대사에게 미국으로 가는 편이 상황에 맞다고 귀국을 종용했다.
거기에 러시아 반체제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단식 투쟁 문제까지 더해졌다. 나발니가 죽으면 러시아가 책임져야 한다고 미 국무장관이 대놓고 말했으며 여기까지 오자 페스코프가 바닥까지 왔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푸틴은 22일 바이든이 주재한 40개국 참여의 기후 화상 정상회의에 참여했고 중국의 시진핑보다는 여유있는 모습으로 회의에 임했다.
25일 우샤코프 보좌관이 언급한 정상회담 가능 시기인 ‘6월’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외국에 가는 달로 6월12일부터 이틀 간 영국서 G7 정상회담을 갖고 직후 브뤼셀에서 나토 30개국 정상회담을 갖는다.
바이든과 푸틴은 이 두 차례 회의에 같이 참석할 처지가 아닌데 브뤼셀 이벤트 후에 3국서 두 정상이 만날 수도 있다.
앞서 4년 전 트럼프 대통령 당선후 2016 대선서 러시아 정보부의 온라인 개입 도움을 크게 받았다고 미 정보부가 공식 언급한 뒤 트럼프와 푸틴이 언제 처음 대면할지에 큰 관심이 모아졌다.
트럼프 역시 1월 취임 후 5월19일 첫 외유에 나서 사우디와 이스라엘을 거쳐 본 스케줄인 브뤼셀 나토 정상회담과 이탈리아 시칠리아 G7 정상회담을 연속으로 치렀다. 그리고 한 달 열흘 뒤 7월 초 독일 함부르크 G20에서 트럼프와 푸틴은 나란히 참석하게 돼 첫 조우를 한 다음날 양자 회담을 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약식 정상회동에 그쳤다.
서로 좋아한다는 트럼프와 푸틴은 결국 트럼프 취임 1년 반이 지난 2017년 7월 초 트럼프의 나토 정상회담 후 3국 핀란드에서 정식으로 양자 정상회담을 거행했다.
만약 이번 6월 나토 정상회담 직후에 바이든과 푸틴이 3국서 회동한다면 트럼프 때보다 무려 1년 앞서 본격적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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