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과거 반중 발언을 했던 중국 출신 영화감독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오스카 수상 소식을 차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오 감독은 26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노매드랜드'(Nomadland)’로 아시아 여성 최초로 감독상과 작품상을 받았다. 하지만 자오 감독이 과거 반중 발언 때문에 정작 중국 내에서는 관련 소식이 차단됐다.
앞서 그가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받았을 때는 중국 웨이보에서 관련 해시태그 조회 수가 3억5000만 건에 이를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수 년 전 인터뷰에서 중국을 두고 “거짓말이 도처에 널려있는 곳이다. 지금 내 나라는 미국”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중국 내 여론이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이 때문에 중국 웨이보(微博)에서는 자오 감독의 중국어 이름(자오팅)이나 영화의 중국어 제목 등으로 검색해도 사실상 결과를 찾을 수 없다. 중국 포털 바이두에서도 자오 감독의 이름을 검색해도 관련 기사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26일 오전 자오 감독이 수상소감을 밝히는 동영상 등의 게시물이 올라와 수백 건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으나 이들 게시물은 신속하게 삭제됐다. 웨이보는 중국 당국의 엄격한 검열 정책 하에 운영되는데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게시물이 삭제되는 일은 드물지 않다.
이날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중계되지 않았으며,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상하이에서 자오 감독 동문 주최로 약 30명이 오스카 시상식 생중계를 온라인으로 시청하려 했지만 일부 해외 사이트 접속에 필요한 가상사설망(VPN) 접속이 차단됐다.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서도 자오 감독의 수상과 온라인 검열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참 뜸을 들이다 “외교 문제가 아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자오 감독은 베이징에서 태어난 중국인이지만 주로 미국에서 영화 작품 활동을 했다. 영국 런던의 사립학교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고등학교를 다녔고, 뉴욕대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했다.
그는 이날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중국 어린이들이 많이 배우는 ‘삼자경'(三字經)’을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외웠다고 말하면서 “사람이 태어날 때 성품은 본래 착하다'(人之初,性本善)”는 구절은 중국어로 말했다. 이는 일각에서는 중국인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 중국 언론은 “자오 감독에 대한 반감 때문에 ‘노매드랜드’의 중국 내 개봉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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