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6000만 회분 분량을 곧 다른 나라에 내놓기로 했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26일 미국이 수개월 내로 미 식품의약국(FDA)의 검토 절차를 거쳐 AZ 백신 6000만 회분의 수출을 시작할 것이라고 백악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달 캐나다와 멕시코에 백신 400만 회분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지만 이런 식의 대규모 지원책을 내놓은 적은 없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AZ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면서 “AZ백신이 미국을 출발하기 전에 FDA가 백신 품질이 기대치를 충족하는 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도 “미국이 이미 보유한 백신의 포트폴리오와 AZ백신이 아직 미국 내에서 승인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우리는 향후 몇 달 내에 AZ백신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그래서 미국은 AZ백신을 다른 나라와 공유하는 선택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백악관은 이날 AZ 백신을 어느 나라에 공급할지 그 대상을 밝히진 않았지만 최근 코로나19 피해가 급격히 커지고 있는 인도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가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비공식 안보 협의체 ‘쿼드(Quad)’ 회원국이라는 점도 고려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나렌트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인도에 산소 및 백신 관련 물자 등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미 보건당국의 감염병 전문가들도 인도의 코로나19 대응을 돕기 위해 조만간 현지로 파견될 예정이다.
그동안 미국은 자국 국민의 접종이 우선이라면서 인구 수보다 훨씬 많은 백신을 확보했고, 전시에나 동원되는 법안인 국방물자생산법을 앞세워 백신 원료의 수출도 막았다. 이 같은 모습은 백신이 부족한 나라들 사이에서 지나친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에 자국 생산 백신을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백신을 외교 수단으로 적극 이용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백신 지원이 정치적인 고려 때문이 아닌 인도주의적 지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정치적 보답이나 거래의 대가로 팔에 주사를 놓는 게 아니다”면서 “이는 미국의 인도주의적 리더십에 관한 것이며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