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업어치기당한 황 군이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 페이스북 갈무리
대만의 한 유도 학원에서 상급생과 선생님에게 여러 차례 업어치기 당한 7세 아동이 혼수상태에 빠졌다.
26일(현지시간) 타이완 뉴스 등에 따르면 대만 타이중시 펑의안구 난양 초등학교의 1학년생 황 군(7)은 지난 21일 삼촌과 함께 루의 수이 초등학교 체육관 지하에서 열린 유도 수업에 참석했다.
유도를 배운 지 2주 밖에 되지 않은 황 군은 이날 수업이 두 번째였다. 그런데 선생 호 씨(67)는 10살 학생에게 황 군을 업어치기 하라고 지시했다. 상급생은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유도복만 입은 황 군을 어깨너머로 크게 원을 그리며 바닥에 메치고 또 메쳤다.
페이스북 갈무리
황 군이 메스꺼움을 호소하며 그만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호 씨는 황 군이 엄살을 부린다고 생각해 직접 업어치기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호 씨는 일어나지 못하는 황 군을 발로 끌어와 7번 더 업어치기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시간 반 동안 상급생과 선생님에게 27차례나 업어치기 당한 황 군은 결국 의식을 잃었다. 그런데 호 씨는 황 군을 삼촌에게 데려다주며 “수년간의 경험으로 볼 때 조카는 기절한 척했을 뿐”이라며 “불안하면 병원에 가보라”라고 했다.
황 군의 창백한 얼굴과 눈이 뒤집힌 것을 본 삼촌은 곧바로 구급차를 불렀다. 병원으로 이송된 황 군은 뇌출혈 판정을 받고 긴급수술을 받았지만 현재까지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혼수상태에 빠진 황 군. 페이스북 갈무리
의료진은 “황 군의 수술은 잘 끝났지만 뇌압이 높아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부상의 정도가 심하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호 씨를 불러 조사 중이다. 호 씨는 처음에 보호 장비를 착용해 안전하게 수업을 진행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사건 당시 유도장 내 폐쇄 회로(CC) TV 영상이 공개되자 “두 명의 학생과 함께 황 군을 바닥에 내던졌다”라고 시인했다.
대만 유도 연맹에 따르면 호 씨는 유도 코칭 면허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위해 호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법원은 24일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