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검토, 수립해온 새 대북정책의 큰 틀이 나왔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외교와 함께 인권 분야 압박 등을 병행하는 실용적 접근을 통해 ‘일괄 타결’과 ‘전략적 인내’ 시도의 중간지점을 찾겠다는 게 핵심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30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대북정책 검토 진행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자 “검토가 완료됐다는 것을 확인해줄 수 있다”고 답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101일 만이다. 사키 대변인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가 유지된다”며 “우리의 정책은 일괄타결(grand bargain)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며 ‘전략적 인내’에도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정책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있고 외교를 모색하는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을 요구한다”며 “이는 또한 미국의 안보와 우리의 동맹, (해외) 파병된 병력의 안보를 증진시키는 접근법”이라고 했다. “여러 전임 행정부 및 정부 바깥의 전문가들과 긴밀히 협의해왔으며 이들이 배우고 공유한 교훈들로부터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이끌어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동맹 및 파트너들과 계속 협의를 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백악관에서 대면 정상회담을 했을 때 이 사안을 논의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으로부터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과도 내용을 공유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단계적(phased) 접근 방식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행정부 당국자들은 ‘한 단계씩(step-by step)’이라는 식의 표현은 쓰지 않고 있다. 대북제재 해제와 관련해서는 “신중하게 조율된 외교적 접근으로, 궁극적인 비핵화 목표 하에 특정한 단계를 위한 (제재) 완화를 (북한에) 제안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게 행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의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미국에 대한 위협 제거’를 강조하는 발언도 나왔다. 한 고위당국자는 WP에 “우리의 결론은 미국에 대한 위협을 제거한다는 목표를 갖고 북한에 대한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고위당국자는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것이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새 대북정책 이행 과정에서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와 억압 문제에도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새 대북정책은 중국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놓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동시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협력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의 대북정책 담당자들을 정책 검토 과정에서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을 비롯한 전임 외교안보팀과도 협의를 지속해왔다고 한다. 한 고위당국자는 “우리의 접근은 싱가포르 합의 및 과거 다른 합의들을 기반으로 할 것”이라며 ‘싱가포르 합의’도 언급했다. 싱가포르 합의는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송환 등의 4가지 사항을 담고 있다.
대북정책의 대략적인 청사진이 나왔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앞으로 이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이행할지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 간의 수위와 연결 방식, 시점 등을 둘러싼 ‘비핵화 로드맵’의 세부 내용의 추진 과정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한미 양국의 외교장관은 4, 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양자회담에서 관련 사안들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21일 정상회담에서도 대북정책은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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