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페이스엑스(SpaceX)의 유인우주선 캡슐이 53년 만에 ‘야간 해상’ 지구귀환에 성공하면서 일론 머스크의 본격 유인우주선 비행사업 첫장이 멋지게 마무리됐다.
스페이스엑스 우주선 캡슐 ‘리질리언스(탄력, ’불굴의 오뚝이‘)’호는 2일 새벽2시57분(한국시간 오후3시57분) 대서양에서 미 플로리다주 남부 해안 쪽으로 들어간 멕시코만 바다에 낙하산 착수한 뒤 30분 후 인양되었다.
해치를 열고 우주선 캡슐에서 나온 4명의 우주비행사는 우주비행 6시간반 만에 지구에 귀환했다. 이 유인 캡슐이 지난해 11월 스페이스엑스의 추진로켓 팰콘9에 장착돼 발사된 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달할 때 걸린 시간은 23시간이었다.
ISS와 지구 간 거리는 420㎞밖에 안 되나 리질리언스 호의 총 29시간 우주여행 거리는 무려 110만 ㎞에 달한다. 추진로켓을 차례로 분리시켜 캡슐 상태로 시속 2만~3만 ㎞의 궤도 비행을 수십 차례하면서 ISS와 도킹을 시도해야 하고, 귀환할 때는 정확한 착수 지점과 만날 때까지 계속 지구를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를 비롯 미국 언론들은 이날 유인우주선의 야간착수 귀환이 1968년 12월 아폴로8호 이후 처음이라고 크게 보도하고 있다.
리질리언스의 어두운 밤 바다 귀환은 당초 귀환 일정이 멕시코만 날씨 때문에 나흘 미뤄진 끝에 이뤄진 것이며 스페이스엑스는 유인이 아닌 무인 우주화물선을 야간 귀환시킨 적이 있어 엄청난 업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 나사는 달 착륙 성공 몇 년 뒤부터 유인우주선 발사보다 화성이나 태양계 밖 무인탐사선 사업에 열중했으며 ISS가 생기자 11년 동안 우주비행사들을 육상귀환의 우주 셔틀로 보내고 귀환시켜 우주비행사의 바다 귀환 자체가 별로 없었다.
한 번 왕복하는 데 5000억 원이 넘게 드는 셔틀을 2011년 폐지한 미국은 이후 9년 동안 한번에 900억 원이 드는 러시아 유인우주선 탑승을 이용했는데 러시아는 철저히 육상귀환이다.
지난해 5월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가 유인우주선을 미국 땅에서 발사하고 ISS에 도킹시키면서 미국의 유인우주선 역사가 새 장을 펼쳤으며 겸해서 우주비행사의 바다 귀환이 부활한 셈이다. 바다 귀환 중 반세기 만의 드문 야간 착수로 지구에 돌아온 리질리언스 호의 비행사들은 스페이스엑스의 두 번째 발사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첫 본격 작전팀으로 주목되었다.
머스크는 2012년 나사의 ISS행 화물운송을 대신하면서 우주사업에 나섰고 처음부터 추진 로켓은 팰콘, 짐 싣는 캡슐은 드래곤이라 이름 붙였다. 팰콘(매)과 드래곤(용)은 유인우주선으로 이어져 이들은 머스크와 스페이스엑스의 우주사업에서 계속 등장할 시리즈명인 것이다.
무인 우주화물선의 우주선캡슐을 드래곤으로 불렀던 머스크는 유인우주선의 비행사 탑승 캡슐을 드래곤 크루라 칭해 그의 유인우주선 사업을 상징하게 된다. 유인 캡슐은 발사 때마다 별칭을 부여받았고 거기에 탄 비행사들은 크루-1. 크루-2 식으로 불리웠다.
이날 귀환한 리질리언스 우주선 캡슐은 지난해 11월 4명의 크루-1 비행사를 ISS에 도킹시켰으며 167일 후 다시 크루-1 4명을 모두 싣고 바다로 귀환한 것이다. 이보다 앞선 5월 머스크의 첫 유인우주선 발사는 이벤트성 실험으로 2명의 비행사는 그냥 크루로 불렀으며 이들이 탄 드래곤 크루 캡슐은 ‘인데버(노력)’이란 별칭을 얻었다.
70일 간 ISS에 체류하다 8월 대서양으로 귀환한 인데버는 회수된 뒤 여드레 전인 4월24일 머스크의 세 번째 유인우주선 발사 때 4명의 크루-2 비행사를 태운 캡슐로 재사용되었다. 당시 팰콘9 추진 로켓도 재사용된 것이었다.
그런 만큼 이날 크루-1를 싣고 돌아온 리질리언스 캡슐은 하반기에 이어질 머스크의 네 번째 유인우주선 발사에 크루-3 비행사들을 태우고 갈 우주선 캡슐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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