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 상점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복권 뭉치를 싹쓸이한 남성이 훔친 복권들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무슨 사연일까.
지난달 30일(현지시간) KCRA 3 뉴스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플레이서빌에서 19년째 주류점을 운영해온 컬디프 싱 씨는 최근 밤사이 든 도둑 때문에 매장이 난장판이 되는 일을 겪었다.
가게 출입문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고 문틀과 이어진 벽도 깊게 갈라졌다. 싱 씨는 “벽을 수리하는 데만 5000달러(한화 약 561만 원), 문 수리에 4800달러(약 538만 원)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로나19로 작년부터 가게가 어려운 상황인데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매장 내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범인은 빨간색 야구 모자를 쓴 남성이었다. 새벽 3~4시경 커다란 트럭을 전속력으로 몰아 가게 문을 뚫고 들어온 이 남성은 운전석에서 내려 곧장 카운터로 향했다.
자신이 찾는 물건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 다른 물건엔 눈길도 주지 않은 이 남성은 카운터 안쪽에서 무엇인가를 정신없이 꺼내기 시작했다.
남자가 노린 것의 정체는 다름 아닌 복권 뭉치였다. 복권이 가득 든 서랍 6개를 차례로 끄집어낸 남성은 서랍들을 통째로 끌어안고 트럭으로 향했다. 범행에 소요된 시간은 25초에 불과했다.
하지만 남성이 훔쳐 간 복권들은 어떤 효력도 발휘하지 못하게 됐다. 캘리포니아 복권보안법에 따르면, 복권 도난 신고가 접수된 즉시 복권관리위원회 측에서 일련번호를 조회해 해당 복권들은 당첨 대상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절도범은 어차피 휴지조각이 될 복권을 훔치느라 남의 가게를 폐허로 만든 셈이다. 도난 현장을 가장 먼저 목격한 이웃 가게 주인 다니엘 부다 씨는 “이렇게 큰일을 벌여 놓고 왜 쓸모도 없는 복권을 훔쳐 갔는지 모르겠다”며 황당해했다.
엘도라도 카운티 보안관실은 “범행에 사용된 트럭은 인근 호텔에서 도난당한 차량으로 확인됐다”며 “사건 이후 도로 위에 트럭이 버려진 채 발견돼 절도범의 행방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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