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아시아인을 향한 증오범죄가 극에 달한 미국에서 이번엔 유모차를 끌고 가던 아시아계 남성이 흑인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5일(현지시간) KPIX 5 뉴스에 따르면 아시아계 미국인인 브루스(36)는 지난달 30일 길을 건너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의 한 슈퍼마켓 앞에서 유모차와 함께 기다리던 중 한 흑인 남성에게 습격을 당했다.
매장 내 폐쇄회로(CC)TV에 찍힌 영상을 보면, 흑인 남성은 브루스 앞에 갑자기 나타나 그를 밀쳐 넘어뜨렸다. 이 남성은 넘어진 브루스의 머리와 등을 십수 차례 빠른 속도로 가격했다.
그 사이 브루스의 1살 난 아이가 타고 있던 유모차는 바람 때문에 서서히 뒤로 움직였다. 브루스는 폭행을 당하는 와중에도 재빨리 몸을 일으켜 유모차를 붙잡았다. 그는 아이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유모차를 붙잡고 주저앉은 피해 남성(왼쪽) 옆에 가해자가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브루스를 폭행한 남성의 이름은 시드니 해먼드(26)로, 당시 주변을 순찰 중이던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그는 한 달여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절도 등 혐의로 붙잡힌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먼드의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가해자가 폭행 과정에서 어떤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묻지마 폭행’인 것 같다”고 전했다. 해먼드는 현재 폭행과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브루스는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고 유모차에 있던 아기도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바닥에 쓰러진 뒤, 더 큰 부상을 막기 위해 머리를 보호했다”며 “폭행당하는 도중 아기를 태운 유모차가 서서히 굴러가는 걸 보고도 아이를 보호할 수 없어 매우 무서웠다”고 회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