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카불 고교 하굣길에 차량 폭발… 아프간 대통령, 탈레반 배후 지목
탈레반은 “수니파 IS의 소행” 반박… WSJ “나토, 美에 철군 연기 요청”
미군의 철군 작업이 시작된 아프가니스탄의 한 고등학교 인근에서 8일 차량 폭탄테러가 발생해 현재까지 최소 68명이 숨지고 165명이 다쳤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배후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며 사망자 대부분이 여고생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미군 철수 후 혼란이 격화할 아프간 상황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후 수도 카불의 사예드울슈하다 고교 인근에 주차됐던 차량에서 폭탄이 폭발했다. 대부분의 사망자가 이 학교 여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교는 남녀 학생이 3교대로 번갈아 수업한다. 여학생들의 수업이 끝나고 하교하던 시점에 테러가 발생해 여고생이 대거 희생됐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건 현장은 피로 물들었고 도로 여기저기에 학생들의 책과 가방이 흩어져 당시의 참혹한 모습을 보여줬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사사건건 정부와 대립하는 이슬람 무장반군 탈레반을 테러 배후로 지목했다. 1996∼2001년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했던 탈레반은 극단적인 이슬람 근본주의를 내세우며 여성 교육을 금했다. 2001년 9·11테러 한 달 만인 같은 해 10월 테러 주범 오사마 빈라덴을 비호한다는 이유로 미군 공습을 받아 정권이 붕괴됐고 이후 20년간 친미 성격의 중앙정부와 대립하고 있다. 탈레반 측은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행”이라고 반박했다. 시리아, 이라크 등에서 창궐하던 IS는 2015년부터 아프간에서 부쩍 세를 키우며 중앙정부, 탈레반 양측과 모두 맞서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9·11테러 20주년을 맞는 올해 9월 11일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1일부터 철군이 시작됐지만 미군 철수가 아프가니스탄의 혼란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독일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이 탈레반 공격을 우려해 미국에 철군 시점을 늦춰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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