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대만에서 외교 공관 역할을 해 왔던 경제무역문화판사처를 일방적으로 폐쇄했다. 이번 결정은 중국과 대만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중국 정부의 영향을 받은 홍콩이 사실상 대만과의 교류 중단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전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주(駐)대만 경제무역문화판사처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만의 대중국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는 “홍콩 정부가 일방적 결정을 내렸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주대만 경제무역문화판사처는 홍콩과 대만 사이의 경제·무역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2011년 문을 열었다. 대만도 홍콩에 같은 역할을 하는 경제문화판사처를 두고 있다. 이들 기관은 공식적인 정부 기구는 아니지만 교민 보호 등 실질적인 영사관 역할을 수행해 왔다.
홍콩과 대만이 이런 상주 기구를 운영하는 것과 달리 중국과 대만은 상대 지역에 상주 기구가 아예 없다. 홍콩이 중국과 다른 정책을 펼 수 있었던 것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전까지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이 비교적 잘 지켜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3년 시 주석 집권 이후 ‘양제’보다 ‘일국’ 원칙이 더 강조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홍콩 국가보안법이 도입됐고 올해는 홍콩 선거제까지 개편되면서 홍콩의 중국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홍콩 정부는 홍콩에 있는 대만의 경제문화판사처 관계자 8명의 체류 허가 연장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체류 허가는 올해 말 만료되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주홍콩 대만 경제문화판사처도 올해 말에는 운영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샤오두환(蕭督(원,환)) 단장대 대륙연구소 연구원은 “마카오도 홍콩을 따라 대만에 있는 기관 운영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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