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GM 이어 SK-포드 ‘한미 車배터리 동맹’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0일 22시 00분


한미정상회담 직전 합작공장 발표

19일(현지 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 포드 본사에서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가 전기 픽업트럭 모델 ‘F-150 
라이트닝’을 소개하고 있다. F-150은 단일차종으로 50여년 이상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로 꼽히는 미국식 정통 픽업 
트럭이다. 이 트럭을 순수 전기차로 만든 이번 모델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들어간다. 디어본=AP뉴시스
19일(현지 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 포드 본사에서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가 전기 픽업트럭 모델 ‘F-150 라이트닝’을 소개하고 있다. F-150은 단일차종으로 50여년 이상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로 꼽히는 미국식 정통 픽업 트럭이다. 이 트럭을 순수 전기차로 만든 이번 모델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들어간다. 디어본=AP뉴시스


한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0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과 미국 2위 완성차회사 포드가 전기자동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18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시간주 포드 전기차 공장을 찾아 “우리는 중국이 전기차 경주에서 이기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직후다. 중국 견제 전략의 일환으로 K-배터리와의 동맹을 선택한 셈이다.

SK이노베이션과 포드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에스케이’는 총 6조 원 규모 자금을 투입해 2025년경부터 미국 현지 합작공장에서 연간 6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한다. 전기 픽업트럭 약 60만 대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앞서 2019년 12월엔 미국 1위 완성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하고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각각 35GWh 규모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미국 완성차업체 1, 2위 회사가 모두 한국 배터리 회사와 손을 잡은 것이다.

전기차 미래 시장을 두고 한미 연합전선이 구축되면서 중국과의 세력전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번 합작은 포드와 SK의 협력을 넘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전기차 산업 밸류 체인 구축 및 성장에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K배터리와 손잡은 美완성차 1, 2위… 中 전기차 견제 나섰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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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 다음 날인 22일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 있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정상회담 직후 일정으로 SK이노베이션 공장을 찾음으로써 미국 완성차와 한국 배터리 간 전략적 동맹에 양국 정부 차원에서 힘을 싣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이 공장은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포드 공장을 방문해 직접 운전했던 첫 전기 픽업트럭에 싣게 될 배터리를 생산하는 곳이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SK이노베이션과의 합작사 MOU로 (경쟁사와) 차별화를 위한 핵심요소를 수직계열화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포드의 미래는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완성차 1, 2위인 GM과 포드가 각각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과 손을 잡으며 한국과 미국이 배터리 동맹에 나선 것은 중국 견제라는 공통의 목표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배터리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완성차 기업으로 따지면 지난해 전기차 판매 순위 1위는 테슬라(44만 대), 2위는 GM(21만 대)으로 미국이 우세하다. 중국 1위 완성차 기업 BYD는 13만 대로 판매량 세계 5위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96만 대나 돼 26만 대 판매한 미국을 세 배 이상으로 앞선다.

미국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미국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1~3월) 시장점유율 기준 한국 배터리는 3사의 합산 점유율로나 업체별 1위 자리로나 중국에 뒤처졌다. 전년 동기 세계 1위였던 한국 배터리가 세계 1위 CATL을 필두로 한 중국 기업의 공세에 밀려난 것이다. 게다가 중국이 주요 시장으로 꼽히는 반도체 분야와 달리 한국 배터리는 중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로 보조금 제재에 나서 중국 시장 점유율이 미미하다. 미국 완성차와 한국 배터리의 확실한 ‘동맹전략’이 보다 수월한 셈이다.

미국 정부도 한국 배터리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중재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극적인 합의를 이뤘다. SK이노베이션은 10년 미국 수입 금지 조치로 미국 철수까지 고려했지만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로 소송 리스크를 넘어 현지 투자에 물꼬가 트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포드 공장 방문 당시에도 SK-LG 간 합의에서 미 행정부의 역할이 컸음을 재차 언급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까지 조지아주 생산시설에 총 26억 달러(약 2조9000억 원)를 투자해왔다. 1공장과 2공장이 각각 내년과 2023년 양산을 앞두고 있다. 2018년 11월 최태원 회장의 미국 방문 시 현지 배터리 공장에 최대 50억 달러(약 5조6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만큼 3·4공장 추가 증설 계획도 검토되고 있다. 이번 합작으로 SK이노베이션은 당초 목표치였던 2025년 글로벌 125GWh 이상 생산능력 확보를 넘어 19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폭발적인 전기차 시장 성장을 앞두고 배터리 업계와 완성차 업계 간 합종연횡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1위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과 미래형 배터리 공동 개발에 나서는 등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스웨덴 배터리 기업인 노스볼트와 합작사 ‘노스볼트 츠바이(zwei)’를 만들고 독일에 생산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1257GWh에 이르지만 공급은 1097GWh에 그칠 것으로 예측돼 처음으로 배터리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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