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다이애나비 인터뷰 ‘부적절’…英 윌리엄·해리 “어머니 목숨 앗아가”

  • 뉴시스
  • 입력 2021년 5월 21일 09시 50분


영국 BBC 방송이 지난 1995년 다이애나비와 진행한 인터뷰가 부적절했다는 결론이 나온 가운데,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가 이를 비난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다이애나비는 남편 찰스 왕세자와 그의 오랜 연인이었던 카밀라 파커볼스(찰스 왕세자와 재혼)의 불륜관계를 처음으로 털어놓았다. 인터뷰는 큰 화제를 낳았지만, 이듬해 이혼했다.

20일(현지시간) 가디언, BBC 등에 따르면 윌리엄 왕세손은 이날 성명을 내고, “BBC 지도부가 통탄할 무능력으로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실추시켰다”라며 “인터뷰가 얻어진 기만적인 방식은 어머니가 한 말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윌리엄 왕세손은 회사가 일찍이 불만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이 슬프고, 어머니는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덧붙였다.

별도의 성명에서 해리 왕자는 “착취문화와 비윤리적 관행의 파급효과가 결국 그녀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강조했다.

앞서 다이애나비의 동생 찰스 스펜서 백작은 BBC의 마틴 바시르가 거짓말과 위조된 은행 입출금 내역 등으로 인터뷰를 성사시켰다고 주장해왔다. BBC는 이같은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작년 11월 퇴직 대법관인 존 다이슨 경에게 독립조사를 의뢰했다.

다이슨 경은 이날 스펜서 백작의 주장을 인정하며, 127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통해 “바시르가 인터뷰 내용을 조작하기 위해 가짜 은행 진술을 의뢰함으로써 기만적인 행동을 저질렀다”라며 “이는 BBC의 편집 지침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행위다”라고 결론지었다.

해리 왕자는 성명에서 “우리 어머니는 봉사에 평생을 바친 놀라운 여성이었다”라며 “그는 쾌활하며, 용감하며 의심할 여지 없이 정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리 왕자는 “어떠한 형태로든 책임을 진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이것은 정의와 진리를 향한 첫걸음이다”라며 “이러한 관행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널리 퍼져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지금은 하나의 방송사가 언론보다 영향력이 더 크다. 어머니는 이 일로 목숨을 잃었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윌리엄 왕세손은 성명에서 다이슨 경의 발견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사결과 BBC 직원들은 어머니와의 인터뷰를 위해 거짓말을 하고, 가짜 문서를 사용했다”라며 “어머니의 공포에 놀아나고 편집증을 유발시킨 왕실에 대해 잔인하고 거짓된 주장을 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과 우려를 조사할 때는 끔찍한 무능을 보였다. 내부 조사를 알게된 사실은 은폐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윌리엄 왕세손은 “인터뷰가 얻어지는 기만적인 방식이 어머니 말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 인터뷰는 부모님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고, 그 이후로 수 많은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했다”고 강조했다.

윌리엄 왕세손은 BBC에 감출 수 없는 실망감을 표현했다.

그는 “BBC의 실패가 어머니의 마지막 몇 년 동안의 두려움, 편집증 그리고 고립에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은 말할 수 없는 슬픔이다”라며 “가장 안타까운 것은 BBC가 1995년 처음 제기됐던 불만과 우려를 제대로 조사했다면 어머니는 속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은 다시는 방송되어서는 안된다”고 썼다.

BBC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했다.

팀 데이비스 BBC 국장은 “사측은 다이슨 경의 보고서를 전면 수용한다”라며 “인터뷰 확보 과정이 대중이 기대할 수 있는 권리에 크게 못 미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이비스 국장은 “BBC는 그 당시 일어난 일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했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더 투명하게 했어야 했다”라며 “시계를 25년 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우리는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사과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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