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2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무조건적인 상호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하마스 고위 관계자가 동예루살렘 알 아크사 모스크와 셰이크 자라 문제에 대한 약속을 받았다고 밝혀 관심이 모아진다.
레바논 주재 하마스 수석 대표인 오사마 함단은 20일 레바논 위성 방송인 알 마야딘과 인터뷰에서 “이번 저항은 새로운 승리이자 새로운 방정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하마스는 중재자로부터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이 중단될 것이고 셰이크 자라와 알 아크사 모스크에 대한 점령이 철회될 것이라는 확약을 받았다”고 했다. 셰이크 자라와 알 아크사 모스크는 양측의 충돌의 발단이 된 현안이다.
이는 미국 CBS가 전날 보도한 하마스의 양대 휴전 조건과 일맥상통한다.
CBS는 당시 하마스 고위 관리가 ▲이스라엘 군과 경찰이 다시는 알 아크사 모스크에 진입하지 않는다고 합의할 것 ▲동예루살렘 셰이크 자라 지역에서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유대인 정착촌에 의해 추방되지 않는다고 약속할 것 등을 휴전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보도했다.
알 아크사 모스크가 위치한 성전산(이슬람명 알하람 알샤리프)은 이슬람과 기독교, 유대교의 공동 성지다. 성전산은 유대교에서 가장 중요한 성지이고 이슬람에서도 3번째로 중요한 성지다. 알 아크사 모스크는 요르단과 이스라엘이 맺은 1994년 평화협정에 따라 요르단이 주도하는 이슬람 와크프 재단이 관리한다.
이스라엘은 지난 10일 알 아크사 모스크에 경찰 병력을 투입해 새벽 기도 이후 경내에 머물던 팔레스타인 주민 수천명을 강제 해산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점령을 기념하는 ‘예루살렘의 날’을 맞아 유대 민족주의자의 공격으로부터 모스크를 지키고자 경내에 머물고 있었다.
이스라엘 경찰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700여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고 하마스는 같은날 주민 부상과 모스크내 병력 투입을 명분 삼아 로켓 공격을 단행했다. 이후 이스라엘이 보복 공습을 하면서 양측간 교전이 시작됐다.
이슬람권은 당시 이스라엘의 알 아크사 모스크 진입에 강력 반발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경찰을 철수하지 않으면 대규모 공격을 하겠다고 공개 경고했다. 알 아크사 모스크를 수호해온 요르단 왕실도 이스라엘의 평화협정 위반을 비난했다.
이슬람권 최대 국제기구인 이슬람 협력기구(OIC)도 16일 외무장관급 집행위원회 화상회의를 열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전체 이슬람 공동체의 종교적 감수성을 고의적으로 자극했다고 힐난했다.
알 아크사 사원에서 인접한 셰이크 자라는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에서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 확대 정책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이스라엘은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영토인 동예루살렘에 정착촌을 짓고 20만명을 정착시킨 바 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지방법원이 지난 2월 정착촌민의 요구에 따라 셰이크 자라에 거주 중인 팔레스타인 주민의 퇴거를 결정하자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은 지역의 법적, 역사적, 인구학적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난민 38가구는 요르단이 동예루살렘을 통치하던 1956년 셰이크 자라에 정착했지만 1967년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점령하면서 자택 소유권 등기를 하지 못했다.
유대인 정착촌 단체는 1972년 팔레스타인 난민의 퇴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예루살렘 지방법원에 제기했다. 1948년 이스라엘 설립 이전에 유대인 종교협회가 소유하던 땅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부 난민은 1982년 소유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세입자로서 거주권을 보장 받았지만 다른 난민은 임대료 지불을 거부하다가 쫓겨났다.
예루살렘 지방법원은 지난 2월 난민 6가족의 추가 퇴거 결정을 내렸고 강력한 반발을 샀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지난 10일 퇴거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유대 민족주의자와 팔레스타인 주민간 충돌 가능성이 격화되자 이를 연기했다.
하마스는 이번 교전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로켓 등 군수장비를 보관하던 지하 터널이 상당수 파괴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예루살렘의 수호자이자 팔레스타인의 정당한 지도자를 자처하면서 대(對)이스라엘 무장투쟁을 포기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 선명성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군 수뇌부와 고위 안보 관계자들의 권고에 따라 이집트가 제안한 상호적이고 조건 없는(mutual and unconditional) 휴전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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