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인터뷰’ BBC기자 “미안한 점 있지만 억울…친구로 잘 지냈다”

  • 뉴스1
  • 입력 2021년 5월 23일 12시 14분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을 속여 인터뷰를 성사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언론인 마틴 바시르(58)가 다이애나의 두 아들인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에게 사과했다.

바시르는 다만 인터뷰를 따내기 위해 자신이 했던 행동들이 다이애나비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23일(이하 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시르는 영국 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를 향해 “매우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나는 어떤 식으로든 다이애나에게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고 내가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녀의 인생에서 벌어진 다른 많은 일들이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만이 책임이 있다고 하는 지적은 불합리하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이애나는 1995년 영국 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결혼 생활에는 세 사람이 있다”며 남편 찰스 왕세자가 결혼 전 연인이었던 카밀라 파커 볼스(현 찰스 왕세자의 부인)와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고 폭로했다.

바시르는 당시 이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그는 인터뷰 후 영국의 간판급 언론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하지만 다이애나는 그와 다른 길을 걸었다. 그는 영국 왕실과 관계가 악화되는 등 부침을 겪다가 1996년 찰스 왕세자와 이혼했다. 다이애나는 1997년 프랑스 파리에서 자신을 쫓던 파파라치를 따돌리려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다이애나의 남동생 찰스 스펜서 백작은 지난해 누나(다이애나)의 인터뷰가 성사된 배경에는 “바시르의 속임수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BBC는 이에 퇴임한 대법관인 존 다이슨에게 독립적인 조사를 맡겼고 다이슨은 6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지난 20일 스펜서 백작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로 인정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바시르는 스펜서에게 접근해 ‘조작된 은행 서류’를 보여줬다. 바시르는 다이애나의 사생활을 캐기 위해 왕실과 정보기관이 다이애나의 전 개인비서 등을 돈으로 매수하고 있다며 이 서류가 한 증거라고 말했다.

바시르는 다이애나의 숙소와 자동차 또한 도청 당하고 있다고 했고 일련의 정보들로 바시르를 믿게 된 스펜서는 누나인 다이애나에게 바시르를 소개하기에 이르렀다.

다이슨은 바시르가 BBC의 보도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지적하는 한편 BBC가 1996년 스펜서의 주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것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스펜서는 1996년에도 이번과 동일한 주장을 했지만 BBC는 자체 조사를 통해 바시르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BBC는 이번 조사 결과를 완전히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리처드 샤프 BBC회장은 “보고서의 조사 결과를 전적으로 받아들인다”며 “BBC는 용납되기 어려운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동안 BBC 종교 에디터로 역할해온 바시르는 지난주 보고서가 BBC에 제출되기 몇 시간 전에 건강 문제를 들어 퇴사했다.

윌리엄과 해리는 BBC를 향해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윌리엄은 “BBC의 비도덕적 행위가 어머니의 두려움, 편집증, 고독감을 더욱 부추겼다는 사실을 알게 돼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해리는 “비윤리적인 (취재) 관행이 결국 어머니 목숨을 빼앗아갔고 어머니가 목숨을 잃은 후에도 이런 나쁜 관행이 더욱 심각해져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바시르는 그러나 “1995년 인터뷰가 방송된 후에도 다이애나와 나는 친구로 지냈다. 내 가족들과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다이애나는 내 아내가 아이를 출산하는 날 병원을 찾아오기도 했고 켄싱턴궁에서 내 큰 아이를 위한 생일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스펜서에게 위조 문서를 보여줬던 점은 후회하지만 인터뷰에서 다이애나가 폭로한 것과는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BBC가 어떻게 운영 중인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런던 경찰청 또한 조사 보고서를 꼼꼼히 살필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장관은 23일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이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며 “BBC의 신뢰가 훼손됐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이제 BBC가 보고서 결과에 대해 절대적으로 반성하고 신뢰를 재건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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