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전 영국 공영방송 BBC의 다이애나 왕세자빈(1961∼1997) 단독 인터뷰 과정에서 일어난 마틴 바시르 당시 BBC 기자(58·사진)의 사기 행위 여파가 BBC 수신료 협상으로 번지고 있다.
22일 영국 더타임스는 정부가 가구당 연 159파운드(약 25만5000원)인 BBC 수신료를 5년 동안 동결하거나 삭감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고위 정부 관계자는 “BBC가 세계적 공영방송사로서의 명성을 망가뜨렸다”며 “이것이 수신료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현재 BBC의 수신료 수입은 연 32억 파운드(약 5조1000억 원)이며 5년마다 협상으로 결정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기 인터뷰 사건을 계기로 다수의 보수당 하원의원이 BBC 수신료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이 같은 재정적 압박 외에도 BBC 이사회 교체 등의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1995년 인터뷰 방영 당시 뉴스담당 대표였던 토니 홀 전 BBC 사장도 내셔널갤러리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윌리엄 왕세손을 포함한 후원자 5명이 향후 미술관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들은 홀 전 사장이 1996년 자체 조사에서 바시르가 ‘정직한 사람’ 이라며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을 비판했다.
당시 4년 차 기자였던 바시르는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다이애나빈의 남동생 얼 스펜서 백작에게 “왕실 직원들이 돈을 받고 다이애나빈의 개인정보를 흘렸다”며 위조한 은행 명세서를 보여주며 “이런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인터뷰를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1996년에 이어 지난해 11월 스펜서 백작은 “바시르의 속임수로 인터뷰가 이뤄졌다”고 주장해 외부 인사를 통한 독립 조사가 실시됐다.
바시르는 22일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이애나를 잃은 가족의 슬픔엔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그녀 삶의 모든 복잡한 문제가 내 책임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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