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옥살이’ 흑인 형제들에 美 사상최대 배상액 지급

  • 뉴시스
  • 입력 2021년 5월 24일 11시 54분


31년간 감옥서 옥살이… 배상액 846억원
인종 정의 목소리 거세져…"법집행기관 잘못 책임 물어야"

자신들이 저지르지도 않은 성폭행 및 살인 사건으로 31년 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 뒤늦게 진범이 밝혀져 풀려난 2명의 흑인 형제들에게 21일(현지시간) 잘못된 유죄 판결에 대한 금전적 배상으로는 미 역사상 최고인 7500만 달러(약 846억원)의 배상금이 지급되면서 법원의 잘못된 판결 문제가 미국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BBC가 23일 보도했다.

헨리 맥컬럼(57)과 그의 이복동생 리언 브라운(53)은 지난 1983년 11세 백인 소녀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2014년, 진범이 판명되면서 이들의 무죄가 밝혀졌고 이듬해 사면됐다. 노스 캐롤라이나 법원은 지난 14일 이들에게 억울하게 복역한 1년당 100만 달러씩 각각 3100만 달러, 합쳐 6200만 달러와 징벌적 손해배상 1300만 달러를 더해 총 7500만 달러를 배상할 것을 명령했고 21일 이러한 배상액이 형제에게 지급됐다.

1983년 9월24일 노스 캐롤라이나의 레드 스프링스에서 11살 백인 소녀가 성폭행당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당시 19, 15살이던 맥컬럼과 브라운이 체포됐고, 이들은 경찰 심문에서 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은 가운데 자신들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자백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들의 서명은 경찰의 강요에 따른 것이었고, 이들은 인지 장애로 자백서를 쓰거나 이해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들의 범행을 증명할 물리적 또는 법의학적 증거는 전혀 없었다.

2014년 로스코 아티스라는 다른 사람이 진범이라는 사실이 새로운 DNA 검사 결과 드러났다. 아티스는 다른 성폭행 및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었다.

맥컬럼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무고하게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이들은 교도소에 갇혀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1989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모두 2784명이 잘못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나중에 무죄가 드러나 석방됐다. 이러한 잘못된 유죄 판결의 절반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검찰 등 법집행 기관의 잘못에 따른 것이었고 50% 가까이는 흑인들이었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 중 흑인들은 백인들보다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7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하게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법집행 기관은 법에 의해 보호받기 때문에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백인 경관에게 무릎으로 목을 눌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나 집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브리오나 테일러 사건 등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와 인종 정의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법집행 기관의 잘못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플로이드는 2700만 달러(약 305억원), 테일러에게는 1200만 달러(약 135억원)의 합의금이 지급됐다.

잘못된 유죄 판결에 대한 전문가인 제이미 라우 듀크대 법대 교수는 맥컬럼과 브라운에게 잘못 복역한 1년당 100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한 것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유죄 판결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사람들에 대한 배상은 피해자들에게 금융 생명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피해자들을 다시 실패하도록 만드는 것이며 잘못된 유죄 판결의 해악이 계속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라우 교수는 덧붙였다.

그는 맥컬럼과 브라운 형제에게 1300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지급된 것은 기만적인 치안 관행이 더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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