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설립한 재계 엘리트 양성소
‘하버드대보다 입학 어렵다’ 명성
‘대학’ 명칭 삭제… 신입생 모집 중단
中금융 후진성 비판후 탄압 이어져
지난해 10월 ‘전당포 영업’이란 표현으로 중국 금융규제의 후진성을 비판해 당국의 눈 밖에 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57·사진)이 자신이 세운 후판(湖畔)대 총장에서도 물러나기로 했다고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마윈이 후판대에서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못마땅해 한 당국이 압박을 가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마윈은 2015년 재계 지도자를 육성하기 위해 고향인 저장성 항저우에 일종의 ‘재계 엘리트 양성소’인 후판대를 세웠다. 정식 학교로 당국의 인가를 받은 적은 없지만 까다로운 입학 기준으로 소수 정예만 선발해 중국 현지에서는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보다 입학하기 더 어려운 학교로 불린다. 그간 후판대는 최소 3년 이상 운영, 정규직 직원 30명 이상, 연 매출 460만 달러 이상인 회사의 설립자에게만 문호를 개방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후판대는 설립 후 지난해 10월까지 5년간 모두 1만1788명이 지원했지만 이 중 254명만 입학했다.
후판대 홈페이지에 올라 있던 마윈의 사진은 이미 사라지고 교실 사진으로 대체됐다. 앞서 이달 중순 후판대는 학교 명칭에서 ‘대학’을 삭제했고 올해 3월에는 신입생 모집도 중단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은 20일 “후판대는 사적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조직이고 학위를 수여할 수 없다”며 후판대 학생들이 특정 조직에 참여해 관계를 만들려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FT는 후판대의 인기가 학교 자체 특성이나 교과 과정이 아닌 마윈 개인의 인기에 기반을 뒀던 만큼 그가 총장에서 물러나면 학생 모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당포 영업’ 발언 직후부터 마윈과 알리바바는 당국의 전방위적인 탄압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홍콩증시 상장을 앞뒀던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가 전격 취소됐다. 당국은 올해 초 알리바바에 182억 위안(약 3조2000억 원)의 반독점 과징금도 부과했다.
마윈 또한 공개석상에서 종적을 감춰 ‘실종설’ ‘신변 이상설’ 등이 나돌았다. 그는 발언 7개월 만인 이달 10일에야 알리바바의 사내 오프라인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여전히 그의 영향력을 제한하려는 중국 당국의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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